<하루커피한잔> 제주의 따뜻한 겨울을 느끼고 싶다면
2017년 12월의 겨울 제주.
커피와 커피 있는 공간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를 가든 근처의 좋은 카페부터 찾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 전 친한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나의 손은 어느새 커피집을 검색하고 있었다.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이 끌리는 장소가 있어 이른 오전에 가보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맞는 첫날의 아침에는 항상 눈이 저절로 떠진다. 이 날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났다. 대강 준비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사전에 검색해둔 장소로 향하여 출발했다.
제주도 애월에 위치한 통 유리창을 품고 있는 낮은 기와집, 그리고 옆에 위치한 큰 나무. 이것만으로 나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애월읍 중에서도 조용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윈드스톤. 입구에 위치한 큰 나무가 이 곳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낮은 돌담과 정주석이 이곳이 제주임을 말해주고 있다.
윈드스톤 이곳은 부부가 운영하는 북카페이다. 한쪽에는 직접 셀렉한 책들과 작은 엽서들, 다른 한쪽은 흰색 벽지와 베이지톤의 원목으로 이루어진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다. 커피의 향기가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이 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오랜 시간 동안 제약회사에 몸 담고 있었던 남편과, 북디자이너였던 아내가 만나서 이루어진 윈드스톤은 따뜻함과 아늑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책장에 채워진 책들과 진열된 책들은 모두 부부가 직접 셀렉한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책 가운데서도 제주와 관련된 에세이들이 눈에 띄었다. 독립서점을 다니다 보면 평소에 좋아하던 책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책들을 볼 때마다 그 공간에 대한 편안함과 더불어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선택한 분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진열해 놓았을까?" 독립서점을 갈 때마다 익숙한 책들을 발견하는 상상을 하면서 약간의 설렘을 안고 들어간다. 진열된 책들과 그곳의 분위기를 통해서 어렴풋이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의 생각과 철학을 유추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온듯한 느낌을 주는 독립서점. 이것이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커피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시작해 제주도로 내려와 커피를 제 2 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장님. 이른 오전에 방문했기에 사장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룰 수 있었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커피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시는 커피에 대한 설명이 커피맛을 한 층 더 높여 주었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꽤 만족스러워요. 아이들이 바로 옆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가끔 창문으로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혼자서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보다는 능숙하게 잘할 수 있는 메뉴들만 제공한다는 것이 이곳의 철학이다. 정성을 다해 만든 커피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원래 이 공간은 동네 구멍가게였어요. 제주에 처음 내려온 날 운 좋게 발견하고 바로 계약하게 되었죠. 본래 이 공간이 갖고 있던 고유의 운치를 해치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실제 이 곳을 방문하여 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예전 이곳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페가 수준의 건물의 큰 틀은 그대로 남겨두고 부부만의 감수성을 곁들여서 탄생한 윈드스톤.
추운 겨울이지만 이른 오전에 비친 햇볕은 따뜻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밖에 앉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윈드스톤은 북카페임과 동시에 부부만의 공간이다. 한가한 시간에는 부부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애월읍에서 만난 윈드스톤은 생각보다 더 좋은 공간이었다. 책과 커피가 있었고, 제주의 특유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추운 겨울 제주도에서 몸을 녹일 공간이 필요하다면 이 곳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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