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하는 목표와 다짐
매년 초 내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다. 벌써 6년째다. 보통 10~12개 정도 작성한다. 2023년 기준 대략 70% 달성했는데, 내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것도 의지를 담아 작성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고 개념적으로 작성한다. 예를 들면 "해외 출장 가보기", "커리어 확장하기", "운동 꾸준히 하기" 등 나의 의지를 담아 작성한다. 달성 여부는 미래의 내가 판단한다.
작년 목표 중 하나가 꾸준한 글쓰기였다.
이런저런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아쉽다. 좋은 글이든 아니든 내가 쓴 글을 내가 나중에 확인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 오전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2023년은 개인적으로 큰일이 많았다. 커리어도 확장되고, 온라인 강의도 재 시작했으며, 결혼도 했다. 작년, 내 마음속 키워드는 "전력질주"였다. 단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었고, 열심히 해야 했다. 과거 모바일 게임 "템플런"을 하는 느낌으로 달렸던 거 같다.
항상 이맘 때면 문득 한 친구가 떠오른다. 2017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만난 유난히 말이 잘 통하던 친구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멋진 삶을 응원해. 난 너의 10년 후가 더 궁금해지는데?"
그 뒤로 나는 막연하게 '10년 뒤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 친구가 말한 시점으로부터 10년 뒤는 이제 불가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쉽게도 더 이상 그 친구와 연락이 닿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혼자만의 사명감으로 그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뒤로는 항상 마음 한편에 '나는 10년 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를 상상한다.
2024년에는 "여유"를 나만의 키워드로 잡았다. 우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최우선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자주 만나고,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 전력질주를 하면서 이룬 것도 많지만, 불안감도 커졌다. 애착인형처럼 따라다니는 긴장감과 불안감은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예민해지고, 가끔은 K.O 펀치 맞고 쓰러지는 선수처럼 넉다운이 되었다. 동시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내가 불안하면 내 주변 사람들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여유를 가져보려 한다. 노년의 유유자적하는 여유라기보다는, 선택적 여유에 가깝다. 일부러 여행도 떠나고, 시간을 내서 쉬고, 나만의 심리적, 물리적 여유 공간을 만드려 보려 한다. 그래야 평소 보이지 않았던 부분도 발견하고 또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또 1년이 지나가면 내년 이 시기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2024년을 맞이하는 첫 주말 아침이다. 10년 뒤 나를 향해 또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10년 뒤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