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골목에서 마주한 CAFE THE A/B
연남동에 위치한 더에이비는 책방 겸 카페이다. 커피를 담당하는 A군과 책방을 담당하는 B양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공간이다. 한쪽은 작은 진열대 위에 서적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되어 있다.
이미 북카페는 더 이상 특이한 형태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멀티숍 형태의 공간적 테마가 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작은 책방이 아닌, 필명이자 독립출판사인 '북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작은 책방이다. 실제로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면, 북씨출판사의 이름으로 발행된 책들과 함께 대부분이 독립 출판사의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골목길 3층에 위치한 더에이비는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담스럽지 않은 테이블 간격 또한 배려가 돋보인다.
커피를 즐기는 내가 카페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 작은 카페도 커피의 맛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맛이 상향평준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커피 맛으로만 승부하는 작은 커피 전문점도 많이 보이고 동시에 공간적인 인테리어 역시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많은 카페에서 스페셜티를 취급하고 있고, 핸드드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커피의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오전 공복 혹은 맛있는 점심 식사 후에 맛있는 커피 한잔은 굉장한 만족감을 선사해준다.
이곳 역시 핸드드립이 준비되어 있었고 핸드드립에 사용하는 원두는 커피 내리는 A군의 취향대로 한 달을 주기로 바뀌고 있었다. 한적한 시간대 방문해주는 손님을 위해서 핸드드립으로 주문할 경우 직접 와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부담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방문한 시기에 사용한 원두는 '에티오피아 빌로야'
첫 만남은 항상 낯설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레지만 낯섦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커피를 담당하고 있는 A군과는 첫 만남부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진열된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북씨라는 작가 겸, 출판사에 대한 히스토리 등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평소에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다면 혹은 부담 없는 위치에 나른한 공간을 찾는다면 적합한 장소이다.
때로는 즉흥적인 선택이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단지 더위에 지쳐 방문한 더에이비는 기대 이상의 공간이었고, 좋은 사람과 공통의 관심사를 토대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글을 읽고 흥미 혹은 궁금증이 생긴다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