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의 중소기업

(1)나는 왜 언론계를 영원히 떠나지 못했나

by 석촌호수 주민

2019년 12월. 중국에서 전세계를 덮칠 끔찍한 바이러스가 퍼질 무렵.

한달 간의 기나긴 협상 끝에 첫 회사를 나왔다.


2017년 11월. 첫 사회생활, 첫 인턴, 기자.

기자가 되겠다는 꿈은 몇번의 필기시험과 면접 탈락으로 현실에 타협하게 됐고

흔한 학보사 경험조차 없는 내가 인턴으로 들어가 운좋게 시작한 경제주간지 기자 생활은 두가지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하나, 언론계의 현실(다른 직종을 찾아야 겠다는 다짐)

둘, 그럼에도 좋은 동료와 선배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기사는 많지만 부끄럽게도 기억해주는 기사는 없다.

아쉽지 않냐고, 3개월만 더 해보자는 신임 국장의 끝없는 설득을 뿌리친 건 누군가가 기억해줄 기사를 쓸 자신이 없었다.

이달안에 회사에서 놓아주지 않으면 다음 회사를 못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미생의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아쉬움 보다는 후련한 마음으로 책상을 정리하고 기자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날의 공기는 아직도 기억한다.

무채색에 가까운 풍경과 아침에 기분좋게 입고 나온 롱패딩을 점심 즈음 후회하는 초겨울의 날씨.

간만에 생긴 여유로운 오전 시간이 어색했던 나는 몇 달 전 말도안되는 할인폭에 이끌려 1년 회원권을 끊은 헬스장을 가기로 했다. 아마 3개월 동안 열심히 다니다 코로나를 핑계로 언제 끝난지도 모르는 회원권.

헬스장 말고는 인상깊지 않았는지 그날의 기억은 이게 끝이다.


다음 회사 입사일까지는 2주.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마지막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하필 중간에 낀 친한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놓쳤다.

2020년 1월 스타트업이라는 번지르르한 포장을 한 중소기업에,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두번째 사회생활이자 첫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에 속아 형식보다는 편안한 소통을 고수하던 나.

‘회사식 메일 보내기’부터 배우면서 직장 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무렵 독감인줄 알았던 전염병이 전세계를 휩

쓸었다.


끝없는 재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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