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직의 시작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xx님이 xxx와 함께 하는 방향을 숙고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함께 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이 정말 싫어졌다.
이렇게 이직 준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자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이 업계를 완전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균열이 생긴 건 당시 홍보실장님과의 점심식사였다.
“기자님 아직 20대시죠, 주변에 괜찮은 친구들 없어요?”
굵직한 IT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언론 홍보를 담당한 그가 물었다. 팀을 세팅하고 있고 합류할 팀원을 한 명을 찾고 있다고. 그와 나눈 대화는 고작 2번이었지만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애송이의 눈에도 같이 일하면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혹시 저는 어떠세요?”
괜히 간 보다가 다른 이에게 자리를 뺏길 거 같아 본능적으로 용기를 냈다. 이후 누군가 실장님에게 어떻게 나를 팀원으로 뽑았냐는 물으면, 몇 번이고 웃으며 본인이 본인을 추천하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우선 지르긴 했지만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일주일 뒤에 확실히 답을 주기로 했다. 사실 다음날에도 바로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지원이 아닌 ‘스카우트’라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일주일 뒤. 본격적인 채용절차가 진행됐다. 이력서를 제출했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보다 기자실이 익숙한 기자 특성상 일정은 문제되지 않았다. 문제는 하필 면접 끝나고 한 핀테크 회사 대표 인터뷰가 잡혀있던 것. 한시간가량 이어진 면접에 멘탈이 털린 뒤 진행한 인터뷰는 아직까지 홍보담당자와 대표님께 미안함이 남아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 면접은 예상치 못한 데에서 터졌다.
“아무리 추천이라고 해도 이렇게 성의없는 이력서는 처음본다”
이런 내용으로는 물어볼 게 없다는 인사담당자의 말에 실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불합격은 물론 기본도 안 된 사람을 추천했다는 오명을 드리겠구나. 압박면접이 이어졌고 반포기 꾸밈없이 상태로 솔직하게 답했다.
30분가량 진행된 면접을 끝이 났고 간단히 이력서만 제출하라는 실장님의 말을 너무나도 정직하게 받아들인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나중에 실장님은 이력서도 이력서지만 메일에 인사말 하나 없이 이력서 하나 띡 보낸 모습을 보고 메일 쓰는 법부터 가르쳐야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한자한자 열과 성을 담고 있다)
불합격보다 나를 압박한 그가 나를 추천한 이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것이라는 확신에 거짓을 가미한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면접은 잘 봤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 -XXX드림-’
행운을 빈다는 그의 말이 통했을까. 면접장의 수치심을 잊을 때쯤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던 인사담당자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입사 절차를 밟았다.
그렇게 시작한 기업 그것도 스타트업 홍보. 예상대로 초마이크로 업무방식을 보여준 실장님 밑에서 홍보의 1부터 10까지는 체득했다. 100을 채우고 나서 다른 곳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 실장님을 따라 새로운 기업에 가는 상상을 했다. 전자에서는 ‘어떻게 나간다고 말할까’ 죄송스러운 고민도 했다.
“나 없어라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어디 가는거 아니니까. 화이팅”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했다. 여러 이유로(나를 위해) 실장님은 먼저 회사를 나가셨고 나는 혼자가 됐다.
이렇게 이직을 준비하게 될 줄 몰랐다.
그렇게 애매한 경력으로 다시 한번 이직을 준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