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게으르다.
바쁘게 살고는 있지만 태생적으로 미루는 사람이다.
2년 전에 만든 브런치 계정의 작품은 고작 9개.
일주일에 한 번 기록하자는 다짐은 80일로 늘어났고,
시리즈물은 약속이라도 한 듯 3회를 끝으로 조기 종영이다.
기자 딱지를 떼기 전에도 그랬다.
마감에 시달리면서도 기를 쓰고 커트라인을 아슬하게 통과.
다음 주는 밤을 새지 않겠다는 다짐도, 미리하면 편하다는 선배의 말도,
새해 계획처럼 3일이면 잊혀졌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여전히 글 쓸 일이 많다.
남들이 보기엔 가벼운 공지문도 연애편지 쓰듯 어르고 달랜다.
3분이 30분으로 길어진다.
게으르면서도, 거기다 성격까지 급한 인간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어쩔수 없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시도때도 없이 메신저를 보내는 그는 꼼꼼하다.
아침 댓바람부터 기사 링크를 보내는 그는 지금 휴가다.
20년 넘게 읽고 써온 48세 직장인은 걱정이 많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강박감은 잔소리가 된다.
화가 나지만 맞는 말이니 참는다.
사무실 사방으로 울려퍼지는 타자 소리를 잠잠하게 하려고
한 번 더 고친다.
마감, 분노와 같은 자극들이 게으름뱅이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닥쳐야 한다’는 자기 세뇌를 걸며 오히려 초조함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압박 없이도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이 있다.
독자가 한명일때.
걱정은 기대감으로 초조함은 설렘으로.
요즘 꽉 찬 휴대폰 노트를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