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32살이요"
몇살이세요? 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나이를 말해버렸다.
20대 습관을 버리지 못한 30살과
여전히 20대라 믿던 31살을 지나
더이상 포장할 수 없는 32살에 다달았다.
누군가에게는 앞길이 창창한, 누군가에는 너무 늦어버린
그런 나이다.
머리가 커지고 부모보다 더 많이 알 것이라는 오만함이 생기고
사소한 일들에 감정소모 하지 않는 평온함을 배우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서로를 몰랐던 시간보다
알고 지낸 세월이 더 길어진
친구와 간만의 만남.
오래 알아 온 사람을 만나면
예전의 우리가 보인다.
종합학원에서 처음 만나,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고
서울이 신기해 주말마다 시내를 활보한
촌스러운 섬소년들.
애슐리 고르곤졸라 맛에 놀라고,
주말엔 꼭 술을 마셔야했던
그때의 우리는 지금을 상상했을까.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정신승리에 익숙한 32세는
지금의 결과에 만족하고 나중의 선택을 응원하기로 했다.
17년을 빠르게 속독하다 날이 추워질 때쯤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한다.
연인은 자주 보지만 친구는 가끔 본다.
연인과는 미래를 그리고, 친구와는 과거를 추억해서가 아닐까.
자주 복습하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으니까.
30분 거리의 친구 집까지 걸어가 메이플스토리를 즐긴 순수한 동심과
매일 똑같이 먹어도 맛있던 초코소라빵, 불로만바베큐의 행복을
마음 한켠에 가지고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