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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Oct 23. 2019

꿈속의 꿈

현실 밖의 현실일지도



  꿈에서 난 꿈을 꾸고 있었다.

꿈에서 벗어나 방금 꿈에서 만난 이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여전히 꿈이었다. 꿈속에서 꿈을 느끼는 기분이 처음은 아니었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겪는 일이라 익숙함마저 느꼈다.





  꿈속의 꿈에서는 대개 아련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 혹은 예전 여자 친구가 등장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계속 만나온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한 묘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꿈속의 꿈의 상황에서 나는 어렴풋이 생각한다. 어쨌든 이건 꿈이므로 깨어나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리라.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주 엉뚱한 꿈의 에피소드를 겪으면서도 나는 꿈 밖의 현실을 떠올린다.


  그런 후엔 곧잘 꿈에서 깨어나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는지 안 가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는 상황 자체만을 인식할 뿐이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는 중이다. 곧이어 아까의 꿈에 등장했던 사람이 다시 나오거나, 전혀 다른 누군가가 새로이 나타나며 꿈 밖의 꿈이 또 펼쳐진다.

 



  어떤 때는 이러한 과정을 서너 번 이상 겪고 나서야 겨우 깨어나곤 한다. 꿈에서 벗어나 전화를 거는데 나는 아직 꿈 속이고, 그래서 다시 깨어나 보지만 여전히 꿈인 상황이 거듭되는 것이다. 



  그렇게 꿈자리에서 헤매기를 수차례. 나는 드디어 눈을 뜨고 익숙한 이불의 촉감과 방 냄새를 느낀다. 꿈과, 꿈의 꿈과, 꿈의 꿈의 꿈에서 느꼈던 그리움과 반가움, 아쉬움이 묘하게 섞인 감정은 내 안 어딘가에서 아스라이 흩어진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안달하지 않고 안도한다. 다만 멍-한 기분만은 어쩔 수가 없기에 한동안 부스스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기 일쑤다.   




  이처럼 꿈속의 꿈을 헤매는 일은 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것과는 또 다른 무게로 마음을 짓누른다. 잊고 있던 사람들을 꿈에서 연달아 만나면 굳이 헤아리지 않던 아련함의 깊이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을 꿈에서 만나고 온 뒤에는 되도록 그들을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좋았던 친구, 사랑하던 연인을 이제와 기억해 본들 이미 곁에 없는 사람이고, 싫었던 이를 기억해내는 건 더더욱 불필요한 감정 소모이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 속에서 헤매는 간밤의 방황이 앞으로 얼마나 반복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짐작할 뿐이다. 꿈속의 꿈은 곧 현실 밖의 현실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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