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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Oct 25. 2019

가구 만드는 친구들

파베니르



  헤이 석! 새 방 침대 옆에 둘 협탁
우리가 줄게!


  친구 두 명이 가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덕분에 새 자취방에 놓을 사이드 테이블을 선물 받았다. 저가형 책상과 선반 등으로 채워지던 내 방에는 과분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만드는 건 무려 친환경 우드 소재 맞춤형 고급 가구 이기 때문이다. 


파베니르 라운드 테이블


  두 친구의 사무실, 쇼룸이 위치한 연남동으로 이사 온 덕에 테이블 선물 말고도 방을 꾸미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손재주가 좋고 성실한 그들이라, 정반대의 내게 다양한 자취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별다른 대가 없이도 바쁜 시간을 내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대신 그들은 자기들의 일당(일급 약 1백만 원)을 장부에 누적해 놓고 있으니 석 작가 대박 나면 얼른 갚으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스테디 셀러를 팔아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외상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녀석들로부터의 연락을 조만간 차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브랜드인가



  프랑스어로 '성공하다', '다다르다', '원하는 것을 이루다'라는 훌륭한 의미를 지닌 단어가 바로 친구들이 론칭한 가구 브랜드의 이름이다. 상표권은 이미 등록했고, 대표 상품은 디자인 특허 출원 중일 정도로 수준 높은 가구들을 상품화 하고 있다. 




파베니르 스마트 스토어


파베니르 블로그


파베니르 쇼룸 & 연남동 분위기 좋은 카페




  최근에 나는 4행시 하나를 파베니르에 헌정했다. 뭐라도 좀 보탬이 됐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 카피라이팅을 시도한 것이다. 


파 : 파리지앵의 감성이 담긴 가구

베 : 베니스의 운치가 느껴지는 가구

니 : 니체의 철학이 깃든 가구

르 : 르네상스의 예술을 닮은 가구


미안하지만 이걸 마케팅에 활용할 생각은 없다고 두 친구는 말했다. 




누가 만드는가


최, 오 대표 photo by 석 작가

Oh

  먼저 오 대표로 말할 것 같으면, 배려심 깊고 우직한 성품으로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을 추구하는 '장인형' 가구 제작자, 디자이너다. 녀석은 가구뿐 아니라 전자기기 등의 모든 제품에 있어 내가 예상하는 가격의 몇 배는 훌쩍 뛰어넘는 고급 아이템들을 줄줄 꿰고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같은 사람은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발뮤다 토스터기는 접할 기회조차 없었을 테다. 요컨대 내가 다이소형 인간이라면 오 대표는 다이슨형이랄까. 


  확고한 취향이 고퀄리티 가구 제작으로 이어져 온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의 안목과 고집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삼선 츄리닝을 입고 이삿짐을 나르던 나를 오 대표는 타박했다. 고시생이냐고, 연남동에서는 앞으로 그렇게 다니지 말라고. 아아, 나도 그에게 존중받으려면 진짜 고시를 준비하거나, 패션피플이 되거나 둘 중 하나는 택해야 할 것 같다. 어느 한 쪽도 쉽진 않겠지만.


Choi

  다음은 최 대표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과 수성의 경험을 갖춘 유능한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낭만과 여유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오 대표가 우직하게 제작한 파베니르의 가구들은 그의 본격적인 가세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중이다. 녀석은 대학 동기이던 시절부터 늘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친구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스포츠 마니아인 그는 주말마다 풀타임 축구를 즐기곤 한다. 


  하여간 열정 하나는 알아줘야 하는 녀석이 뒤흔든 내 가치관이 있다. 인생은 짧고 굵거나 가늘고 길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이다. 굵고도 길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그가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 내가 지쳐 있을 때 채찍질을 해주는 열정만큼은 좀 줄여도 좋을 것 같다. 난 그나마 가늘어야 길게 살 수 있을 듯해서다. 친구야, 줄이는 김에 축구도 이젠 좀 적당히 하자. 운동 선수도 우리 정도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야. 가구 사업 앞으로 오래오래 해야지.



Seok(Not Suck)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나, 나는...

'파베니르'로 4행시나 쓰고 있고, 틈틈이 사진 촬영을 거들며 둘의 사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끄적이고 있다. 테이블을 협찬받아 써 보고 고객 입장의 사용 후기를 상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아주 막중한 사업 고문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오 대표, 최 대표가 만약 이 글을 본다면 하나 알아둘 게 있다. 내가 쓰는 싱글 침대는 3년 전 이케아에서 산 기본형 프레임이라 아주 약하고 나뭇결도 별로다. 매일 눕는 침댄데 나도 이젠 친환경 고급 자작나무 위에서 자고 싶단 말이다. 상품군을 침실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면 협찬은 늘 환영이다 친구들아^^





  최근 파베니르에는 좋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고객 문의뿐 아니라 특별한 수주가 하나둘 성사되고 있는 것이다. 거짓이 아니다. 사용한 이들이 입소문을 내고 있다. 홍보성으로 보일만한 글은 질색인 나조차 이렇게 PPL을 하고 있잖은가. 그것도 블로그가 아닌 大 브런치에. 


  가구 만드는 두 친구들을 나는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그들에 대한 응원은 곧 나를 향한 응원이기도 하다. 파베니르의 성공은 가구 사업에 뛰어든 둘의 염원이자, '원하는 것을 이루다'의 뜻을 믿는 나를 포함한 셋 모두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연남동 파베니르의 쇼룸 카페 지고에는 멋진 가구들과, 가구 만드는 친구들과, 석작가가 함께할 것이다.


  

* 이 글의 초고를 작성한 어느 10월의 밤 11시. 두 대표는 나의 맞은편에서 상품에 관한 열띤 토론 중입니다. 파베니르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들어지며, 그 덕에 나의 별볼일 없는 글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합니다. 꼭 한 번 둘러보셔요.(http://parvenir-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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