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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Dec 18. 2019

You are So Sexy!

살다 살다 결국 들어보네



Cooool~! Seok(Not Suck), You are so Sexy, man.


  어제 사귄 호주 친구 Jack과 Ry로부터 들은 따끈따끈한 칭찬이다. 오해는 마시길. 둘 다 남자였다. 더더욱 오해는 마시길. 대화의 맥락 상 그들은 나의 도전과 열정을 높이 산다는 의미에서 저렇게 말한 거였다. 그들은 덧붙였다. 조금 보수적인 아시아권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호주에서라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멋진 삶이라고. 우후훗. 이럴 때 쓰라고 배운 겸손의 표현, 'You flatter me~'가 미처 생각나지 않았던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낮에는 글을 쓰고, 밤이면 일하는 요즘이라고 나에 대해 알려줬다. 마침 Jack은 호주의 e-커머스 회사에서 근무하다길래, 나도 몇 년 전엔 한국의 온라인 커머스에 다녔다고도 말했다. 한국을 여행 중인 그들인지라, 여행/레저 스타트업이었다고 덧붙이자 다 같이 'Oh~'를 연발하며 화제는 자연스레 여행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들은 한국의 특별한 섬 제주를 익히 알고 있었다. 그곳에 한 달간 머물며 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나의 말까지 듣더니 Ry가 꺼낸 말이 바로 'Sexy, man'이었던 것이다.

  


  

  칵테일 한 잔과 맥주에 흥이 올라서였을까. 나는 두 멋진 친구들에게 그다지 덜어내거나 보태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하고 있었다. Ry는 한국 영화, 봉준호, 특히 '기생충'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잘 통했고, Jack은 '올드 보이'에서 최민식(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내가 민식 초이라고 알려줬다)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심지어 '악마를 보았다'를 봤다고 해서 역시 잘 통했다. 근데 아쉽게도 '병헌 리'는 모르더라. 분발하셔야겠어요 병헌이 형!


Jack은 손하트와, JMT의 뜻도 알고 있었다.


  한국 문화에 호의적인 호주 여행객들과의 유쾌한 대화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들에게 맥주 한 병씩을 더 추천해 준 덕에 마감을 한참이나 넘긴 새벽이 깊었으나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막 건너온 탓에 한국에 도착한 지 5시간이 채 안 됐던 Ry가 아니었다면 더 늦게까지 있었을지도 모른다. 살다 살다 Sexy란 소리를 다 들었는데 맥주 한 병씩을 내가 더 사줘도 모자랐단 말이다.

      



  뜻밖에 교류한 호주 친구들 덕에 나는 예전부터 꿈꾼 여행지, 태즈메이니아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사실 캥거루를 말하는 건 너무 식상할 것 같아서 태즈메이니아를 얘기했더니 둘은 아주 좋아했다. 아아, 섹시한 나는 그 광활한 자연 앞에 웃통을 버ㅅ...고 여행하는 건 무리겠지. 아무튼 브리즈번에 사는 Jack은 나중에 꼭 놀러 오라며 서로의 인스타그램도 팔로잉했으니 우린 확실히 친구 아이가. Ry는 도쿄에서 일한다길래 미안하지만 당분간 거기는 안 가겠다고도 했으니, 나야말로 레알 한국 친구 아이가.


  Jack과 Ry는 오늘 서울 어디쯤을 돌아다니고 있을까. 우리는 어쩌다 연남에서 만나게 된 인연일까. 매너 좋은 그들의 Sexy란 호들갑에 난 왜 그토록 기뻤을까. 호주에서는 내가 좀 먹어주는 스타일인 걸까?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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