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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un 26. 2020

친구가 카페를 차려 버렸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응원받는 곳, 루터커피.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책을 통한 지식, 우리 가족의 일상, 내 일처럼 느껴지는 친한 친구의 경험... 


뒤늦게 발견한 나의 재능, 페인트칠.

   최근 작업 겸 힐링의 공간으로 내가 애용하는 카페는 내 가게가 아님에도 내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와 후배(둘이 부부다)가 차린 곳이라 마치 내 가게처럼 드나들며 자영업의 경험을 해 나가고 있는 덕분이다. 실제로 창업 초부터 텅 빈 공간을 칠하고 채우고 꾸미는 과정 모두에 함께했으므로 애착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친구 부부가 차린 카페의 이름은 루터 커피(https://www.instagram.com/rooter.coffee/). Rooter는 '응원하다, 지지하다'의 뜻을 지닌 단어 'Root'에서 파생한 말로, 카페를 찾는 이들을 응원하는 부부(Rooters)의 선한 의지를 담은 카페명이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서대문 방면으로 길게 뻗은 독립문로에 유독 하얗게 빛나고 있어 눈에 잘 띈다. 오며 가며 산책하는 이들이 어김없이 안을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렇게 들어섰다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로 단골이 된 경우가 벌써 꽤 많다.

 




  뒤늦게 밝히자면 결코 홍보를 위해 끄적이는 게 아니다. 블로그도 아니고, 그래도 브런친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쓰기에도 벅찬 이 공간에 이미 잘 되고 있는 카페를 티나게 홍보할 이유가 하등 없다.(아 친구가 마침 커피 한 잔을 내려준다. 대가성 없는 순수한 호의에 깊은 커피 맛을 음미하며 좀 더 잘 나온 카페 사진을 골라본다)



  그럼에도 하나 정도 바라는 기대 효과는 있다. 아무래도 브런치는 다른 매체보다 글 좋아하고 카페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바, 차돌 작가가 주로 머물며 낭만 부부(친구 부부의 닉네임이다)와 좋은 에너지를 뿜뿜하는 곳이므로- 혼자든 함께든 편하게 머물 카페를 찾는 브런처들이라면 꼭 한 번 들러 보시기를.(아는 척해주시면 할인...은 제 권한 밖이고 엄청 반가워해 드릴 자신은 있읍니다)



  루터커피의 시그니처 음료는 '루터 커피'로, 아인슈페너(비엔나 커피)인데 친구 부부가 특히 신경 써서 신선하게 제조한 크림을 사용해 맛이 아주 좋다. 진짜다. 대충 아메리카노만 팔아주고 오래 앉아 있으려 해도 가끔 달달한 그 맛이 너무 당겨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부부가 아침마다 직접 굽는 다양한 스콘의 맛들도 훌륭하다. 커피는 하루 거르더라도 스콘만 테이크 아웃해서 가는 분들이 늘고 있을 정도다. 워낙 자주 머물러 있다 보니 매출 동향과 단골 분들의 얼굴까지 훤히 알게 된 나로서는 조만간 스콘 반죽이라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와 대학 때부터 함께하며 같은 동아리도 한 친구 부부이다 보니, 겹치는 인맥이 꽤 많다. 덕분에 요새는 오래 못 보던 친구, 후배들을 자주 만나며 그들을 통해 변화한 내 모습을 확인하곤 한다. 일일이 만나러 다니려면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게 들 텐데, 카페에 가만히 앉아 할 일을 하다가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가만 보면 친구가 카페를 연 게 나를 위한 일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고맙다 친구야.


  아무튼 나보다는 확실히 두 부부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서 오픈 한 달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지인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덕분에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건강한 교류가 필수란 깨달음을 온 마음으로 느낀다. 그야말로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응원받으며 교류하는 살롱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아주 가아끔 카페가 한산할 때면 난 혼자 책도 보고 밖에서 조카랑 영상 통화도 한다. 친구가 영업 방해 아니냐며 투덜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러는데, 만약 이 글이 대박나거나 훗날 내가 성공하면 은혜는 반드시 갚을 테니 걱정 마 친구야.

 


  지금 이 곳, 루터 커피에서의 첫 번째 끄적임은 이제 마무리할까 한다. 고개를 들어 보니 내가 앉은 이 공간이 새삼스레 고맙고 좋다. 친구 부부와 함께한 시간들도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열일 중인 그들의 발그레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려니 어쩌면 이렇게 건강하고 예쁠까 싶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넘치도록 응원(Rooting)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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