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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Aug 08. 2022

샤워의 온도

서로 다른 건 마음의 온도였나



 그녀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길 좋아했다.


아니 이렇게 찬물로 씻으면 안 차가워??


 내가 나온 샤워부스에 들어간 그녀가 외쳤다. 추위를 더 잘 타는 그녀에게 내가 맞춰 놓은 물 온도는 너무 차갑게 느껴졌나 보다. 


아니 이렇게 따뜻한 물로 씻으면 안 뜨거워?


 그녀가 나온 샤워부스에 들어선 나도 외쳤다. 더위를 더 잘 타는 내게 그녀가 맞춰 놓은 물 온도는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샤워 온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나의 온도를 지켰고, 그녀는 그녀의 온도가 좋았다.


 마음의 온도가 물 온도의 차이를 더 벌려놓은 것 같다. 어느 순간 그녀는 나의 온도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녀의 온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이해하려 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전보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예전의 그녀만큼은 아닐 지라도, 예전에 내가 맞춰 놓았던 것보다 수전 꼭지가 온수 쪽을 향해 있음을 때때로 깨닫는다.


 그녀의 샤워 온도 또한 시원한 쪽으로 조금은 바뀌었을까? 서로 맞추지 않을 물의 온도란 마음의 온도와도 같단 사실만을 헤아려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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