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은 잘 되고 인어공주는 안 되는 이유

영화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의 차이

by 차돌


* 스포 일절 없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는 최근의 마블 영화들과 달리 호평 일색에 평점도 높다. 관객 수는 개봉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약 400만. 마블의 전성기 수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영화들의 부진과 극장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흥행작이라 할 만하다.


반면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경우 개봉 일주일 가량 지난 현재 관객 수 약 50만, 평점도 매우 낮은 데다 주연 배우 캐스팅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개봉 전에는 그럴 수 있다 쳐도 개봉 이후에도 대중을 납득시키지 못했단 건 작품의 재미나 배우의 매력이 뛰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나는 가오갤은 2번 보았고, 인어 공주는 보지 않았다. 워낙 뛰어난 영화 리뷰어들이 많기에 그들의 도움을 빌어 내게 좋을 만한 영화는 더 보고, 그렇지 않을 영화는 아예 보지 않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대중도 나와 비슷하리라 본다. 어쨌든 이 두 영화를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같은 디즈니사의 야심작을 향한 대중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현상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붙여보고 싶어서다.


본 영화와 보지 않은 영화를 평가한다는 건 어불성설일 수 있기에 작품성이나 서사 같은 걸 진지하게 비교할 생각은 절대 없다. 다만 인어공주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화 한 수준이라는 평들이 지배적이기에 그것을 전제로 하여 작품 내적인 부분과는 다른 지점에서 가오갤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흥행 성적만을 놓고 가오갤은 재밌고, 인어공주는 재미없다란 식으로 가를 순 없다. 재미의 측면에서는 검증된 원작 스토리를 지닌 인어공주가 오히려 흥행에 필요한 무기를 갖췄다고 봐야 한다. 실험작에 가까운 데다 시리즈물인 가오갤은 제아무리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해도 제한된 시청층을 지닌 반면, 인어공주는 89년 원작 애니의 향수를 지닌 어른들에서부터 동화에 열광하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타겟 관객을 지녔다. 인어공주가 가오갤보다 더 큰 흥행을 기대하지 말았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내가 주목한 건 영화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 대중에게 어필하는 태도다.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자체는 좋은 개념이지만, 그것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하지 못한다면 반발심을 살 수가 있다. 개인 대 개인이든, 집단 대 집단이든 메시지(message)가 같아도 메신저(messenger)에 따라 의도와 내용이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를 주위에서 얼마든 찾을 수 있지 않은가.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자. 똑똑한데 재수 없는 친구가 있고, 똑똑하지만 정이 가는 친구가 있었다. 똑같이 똑똑해도 사사건건 자기가 아는 올바름을 드러내거나 간섭하는 친구는 재수 없었고, 평소에는 나와 같이 히히덕거리며 잘 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똑똑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는 정이 가고 멋있었다. 나는 디즈니의 영화 제작에 있어 <인어공주>는 전자의 방식으로 대중을 설득하려 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후자의 방식으로 대중과 어우러졌다고 본다.




가오갤과 인어공주의 핵심이 PC란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 제작의 모회사인 디즈니가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소구해 온 메시지, 가치가 PC임을 부정할 수 없다. 포카혼타스, 뮬란, 모아나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블랙팬서, 캡틴 마블, 이터널스와 같은 히어로물에 이르기까지- 주연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고, 다양한 인종을 출연시키는 방식으로 디즈니가 대중에게 꾸준히 어필해 온 메시지는 작품의 흥행과 더불어 대중의 인식을 확장하는 데 실제적으로 기여해 왔다.


그런데 왜? 대체 인어공주는 유례없이 대중의 반발을 산 걸까. 일단 나는 인어공주 논란의 핵심을 할리 베일리가 흑인이냐 아니냐로 보지 않는다.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중이 전부 인종차별주의자일 리 없고, 그녀를 받아들이는 대중이라고 전부 의식 수준이 높을 리 없다. 4년 전 개봉했던 알라딘 실사 영화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 역할에 윌 스미스가 캐스팅 되었던 사례를 떠올려 보자. 그때야말로 애니메이션의 지니 더빙 배우였던 로빈 윌리암스의 그림자가 워낙 짙어 흑인 지니에 대한 캐스팅 의혹이 있었으나, 개봉 이후 논란은 깨끗이 잊혔다. 주연 배우들의 싱크로율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좀 있던 걸로 기억하나 영화 알라딘은 그러한 논란들을 잠재울 만한 실사 영화 특유의 매력으로 대중의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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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보지 않은 영화 인어공주를 놓고 지나친 비판을 가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미디어를 통해 접한 영화 일부를 보면 내가 참 좋아했던 에리얼, 세바스찬, 플란더의 이미지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소 어둡고, 괴랄(?)하기까지 한 비주얼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연출 그대로를 답습한 건 대중들로 하여금 '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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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오갤은 어떠한가. 배경은 광활한 우주 공간, 인종이고 뭐고를 떠나 거기선 외계인과 동물, 인간 모두가 어우러져 친목하고 갈등하며 지지고 볶는다. 선한가 악한가, 똑똑한가 어리석은가 정도의 구분은 있지만 영화는 자연스럽게 차별 없는 광범위한 세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주연인 가오갤 멤버들의 면면이야말로 영화 전체를 상징하고 표현한다. 각자가 저마다의 크나큰 결핍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은 가족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보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극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유머러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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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가오갤3에서 내가 좋았던 점은 라쿤 캐릭터 로켓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멤버 전원이 각자의 의지로 결핍을 해소해 나간 방식이다. 스포를 방지하기 위해 스토리는 배제한 채 간략히 요약한 건데, 워낙 잘 정리해 놓은 영상 리뷰가 유튜브에 많으니 참고하시길. 아무튼 가오갤3는 1,2에서 쌓아 온 멤버들 모두의 스토리와 행동 방식을 지극히 가오갤스럽게 표현하며 새로운 서사로 기존의 서사를 잘 마무리했기에 많은 관객들이 열광했다.




요는 이거다. 가오갤은 시리즈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이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새로운 진지함을 넣었기에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졌고, 인어공주는 원작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출과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캐릭터만 밀어붙임으로써 대중과 척을 졌다는 것.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 해도 '내가 하는 건 옳으니 이게 맞아'라고 들이미는 건 꺼려지는 반면 '하하하(공감할 만한 개그 포인트)- 그런데 말이야..' 라며 함께 웃는 와중에 전달하는 건 받아들이기 쉬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가오갤을 보며 자주 웃었고, 크게 감동했으며, 영화 곳곳에 흘러나온 올드팝(https://youtu.be/igdi4wsezaI)이 참 좋았다. 뮤지컬 영화로 분류되는 인어공주야말로 음악이 중요한 요소일 텐데 어떨지는 아직 보지 못해 잘 모르겠으나, 원작 애니를 뛰어넘으리라고 기대되진 않는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의 임팩트가 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디즈니는 디즈니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인지, 전혀 다른 상업적인 셈법(신인 주연 배우 기용에 따른 제작비 절감 등)에 따라 새로운 캐스팅과 실사화를 진행한 것인지는 핵심 관계자들이나 알 수 있을 테다.


만약에 디즈니가 상업적인 성공이 아니라 메시지 자체만을 중시한다면 흥행 부진이라는 대중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인어공주와 비슷한 선택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제작 중인 다수의 작품이 그러한 것으로 이미 알려졌고). 그렇다면 현재의 사례들로 미루어 보건대 원작 이상의 재미나 신작 특유의 참신함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듯한 건 나만의 걱정일까? 가오갤3를 끝으로 제임스 건 감독은 DC로 떠났다. 그와 같은 위트 있고 탄탄한 연출, 스토리를 앞으로도 마블-디즈니에서 계속 볼 수 있기를 팬으로서 희망한다.




+ 두 영화가 대중과 소통한 방식을 비교한 글 끝에 한 가지 생각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글쓰기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식 또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제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문장이라고 해도 어딘지 단정적이고 가르치려 드는 듯한 글을 읽을 때면 나부터가 반감이 든다. 반면 메시지나 문장이 좀 허술하다 해도 읽는 재미가 있고 진솔한 글은 정겹다.


메시지에 천착한 것은 아닐지, 생각이 잘 읽히도록 서술했는지- 브런치스토리에 올릴 스토리는 앞으로 무조건 이러한 관점으로 돌아봐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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