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이 얼마나 통쾌한 말인가.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는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라며 중얼대는 노래 가사는 또 얼마나 기발한지. <그건 니 생각이고>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2018년에 10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발매한 5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남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씩씩한 척하며 제 갈 길 가면 되는 거다
곡에 대한 장기하의 설명 중 일부다. 굳이 풀어내지 않더라도 노래 가사를 보면 그의 인생관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위트 있는 가사, 독특한 보이스, 또박또박 중얼대는 랩을 장기하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수많은 아티스트 중에서도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 비결은 바로 이러한 '마이웨이' 스타일 아닐까.
'내가 너로 살아봤냐 / 니가 나로 살아봤냐 / 걔네가 너로 살아봤냐 / 니가 걔네로 살아봤냐' 라는 질문마다 '아니잖아'라고 대꾸하는 구절이야말로 이 노래의 백미다. 내 입장을 상대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나 또한 상대의 입장을 온전히 알기 어렵다는 세상 이치를 몇 줄 가사로 너무나 정확하게 포착했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곧 서로에 대한 포기로 이어져서는 곤란할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원만한 인간관계의 비결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기하의 남다른 매력이 발산된다. 착하고 뻔한 말을 늘어놓는 대신 '그건 니 생각이고'를 툭 던지는데, 그게 너무 솔직해서 속이 다 시원한 거다. 말하자면 가식이 없달까? 아무리 좋은 말도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원론적이면 낯간지럽고 부담스러운데, 장기하처럼 나와주면 '어? 좋은데?'싶어서 저도 모르게 흥얼흥얼 대며 따라하고 싶은 거다.
물론 결이 다른 사람들도 많다. 쿨한 건 어쩐지 냉소 같아서 싫고, 한 마디라도 따뜻하고 평화롭게 해야 불안하지 않은 이들이 더러 있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며, 세상을 향해 보이는 그들의 따스함이 '좋은 사람'의 조건이자 근거가 되는 것을 자주 확인했다.
그런데 장기하는 <그건 니 생각이고>가 실은 자기를 향한 말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진짜 좋은 사람이란 내가 좋은 사람이니 너도 그래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로 서로를 피곤하게 하는 이가 아니다. '너는 니 생각을 하고, 나는 내 생각을 한다'란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고 각자 제 갈 길 가자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상대와 나를 구속하지 않기에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
난 누가 뭐래도 장기하 스타일이 좋다. 서른도 훨씬 넘어서야 그걸 깨달은 뒤로는 좋은 사람이고자 억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야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창한 비결 같은 건 아니고, 그저 내 갈 길 내가 알맞을 때 찾았을 뿐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여기까지 읽고도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분들이 있겠지 싶어서 제법 홀가분한 마음이다.
그건 니 생각이고
https://tv.naver.com/v/4413448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내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걔네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면 니가 걔네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어? 어?
아니잖아 어? 어?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이 길이 내 길인지 니 길인지 길이기는 길인지 지름길인지 돌아 돌아 돌아 돌아 돌아가는 길인지는 나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너도 몰라 결국에는 아무도 몰라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 것도 몰라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그거는 어디까지나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