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이 공평한 세상
“말을 곱게 해야 해.”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다. 말에는 씨가 있다 했고, 험한 말을 뱉으면 언젠가 내게로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조심했다. 누군가에게 상처 줄까 조심했고, 누군가에게 미움 살까 염려했다.
하지만 세상은 말로 배설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고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도리어 더 잘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땐 억울하다. 내가 지킨 침묵과 인내가 헛수고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어느 날, 선하게 살아가던 이에게 불행이 닥치는 경우를 마주하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그런 사람에게? 세상은 정말 공평하지 않다고.
그런데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인과응보도 이루어진다. 누구에게는 벌이 돌아오고, 또 누구에게는 보상이 찾아온다. 다만 그 시기가 들쑥날쑥할 뿐.
보상의 양도 일정하지 않고, 운과 불운은 마치 주사위를 던진 듯 랜덤하게 떨어진다. 어쩌면 그 무작위성이야말로 세상이 끝끝내 유지되는 방식 아닐까. 누구에게도 완벽히 유리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완벽히 불리하지 않은 채.
그렇게 우리는,
공평하지 않은 공평 속에서
조심스럽게 말하고, 천천히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