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과 끝인상은 대개 일치한다. 모든 관계가 그렇진 않겠지만 카페를 오간 많은 손님을 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이 어떤 사람을 깊이 판단할 근거가 될 순 없을지 몰라도, 다양한 이들의 비슷한 유형을 수차례 겪다 보면 '역시 그렇지'란 판단이 서는 것이다.
물론 선입견은 경계한다. 새 손님을 옛 손님처럼 대할 순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손님 A가 들어오는 순간 예전에 봤던 손님 B가 떠오르고, 그 끝까지 예측해 버린다. 장사의 세계에선 이게 은근히 쓸모 있다. 미리 마음의 방어막을 준비해 두는 거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환한 기운을 풍기는 손님이 있다. 눈을 마주치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다. 주문할 때도 친절하고, 자리에 앉아선 커피 맛이나 매장 분위기를 칭찬해 준다. 심지어 나갈 땐 트레이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흘린 음료나 디저트 부스러기까지도 닦고 줍는다.
이런 손님을 보면 오히려 내가 부족해 보인다.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 괜히 허리를 반듯이 펴게 된다. 좋은 얼굴은 사람을 바르게 만든다.
반대로, 들어올 때부터 찬바람을 몰고 오는 손님도 있다. 내 인사에 응답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리에 앉을 때도 드르륵 거칠게 의자를 빼내어 쿵 하고 앉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트집이라도 잡히면 마음이 다치는 건 대부분 사장 쪽이다. 무례한 손님이라도 함부로 대할 순 없는 자영업의 현실. 결국 찔리고 베이는 건 내 몫이다.
결국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마음이 먼저 닫힌다. 그러니 최고의 대접을 하긴 어렵다. 내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으니, 적당한 친절로 무탈하게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나친 배려도, 무심한 태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오늘도 가게 문이 열릴 때마다 손님의 얼굴을 살핀다. 밝든 어둡든, 결국 모두가 고마운 손님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밝은 얼굴이 좋다. 사실 손님도 그럴 것이다. 어두운 사장보다는 환한 사장을 만났을 때, 커피 맛도 한결 부드럽게 느껴질 테니까.
결국 손님의 얼굴은 내 얼굴에 비치고, 내 얼굴은 다시 손님에게 비친다. 하루가 그렇게 서로의 표정을 닮아간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오늘도 먼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기로. 어차피 웃는 얼굴은 공짜고, 가게 이미지는 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