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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잘 돼?

by 차돌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장사는 잘 돼?"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 나는 보통 "그냥저냥~"이라든지, "경기가 좀 나아지면 좋을텐데~"같은 대답을 건넨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거니와, 가게 사정을 일일이 말하기도 곤란하니까.


그런데 문득, '난 왜 자꾸 장사에 대한 질문을 매출의 관점으로 듣고 답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카페에서의 하루에는 손님과의 교감이나 대화도 있고, 커피를 알아가며 느끼는 작은 기쁨도 있고, 사장으로서의 희로애락도 다양한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장사 잘 되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안부일 뿐이다. 직장인에게 굳이 "월급 잘 나와요?"라고 묻지 않듯, 자영업자에게도 "매출은 어때요?"라고 묻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나는 상대가 원하는 답이 가게의 매출이나 손님 수일 거라 짐작하며, 스스로 그 틀에 맞춰 대답을 고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내 장사를 '숫자'로만 환원해 버리는 습관을 스스로 굳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사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만은 아니다. 손님이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남긴 한마디가 그날의 가게 매출보다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가끔은 가게 문을 닫고 가는 길에, '오늘 하루도 잘했다'는 안도감이 전부일 때도 있다. 이윤이나 성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장사, 사장으로서의 하루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한다. "장사는 잘 돼?"라는 물음은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일 수 있다고. 내가 그날그날 어떤 마음으로 손님을 맞았는지, 커피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사장으로서 어떤 태도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지. 이런 대답이야말로 장사의 진짜 안부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건 남들이 어떤 의도로 묻느냐가 아니다. 그 질문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답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숫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장사의 풍경들, 그 안에서의 나를 표현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장사를 하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일상에도 통하는 작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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