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3월 2일에 온다.

by 차돌


3월 2일이야말로 한 해의 시작이었다.

초중고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에 가서도 그랬다. 학년이 바뀌고, 학기가 시작되고, 낯선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다짐을 하던 날. 한 살 더 먹는 기분은 어쩌면 1월 1일도, 설날도 아닌 3월 2일에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짧은 봄방학이 끝나 드디어 등교하던 그날의 느낌을 떠올려 본다. 길었던 겨울은 그제야 끝나는 듯했고, 친했던 친구와 반이 갈리기도, 이어지기도 하며 앞자리부터 바뀐 1층 위 학급으로 찾아가던 발걸음. 잔뜩 움츠러든 어느 아이가 있었고, 전에 보지 못한 쾌활함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던 아이도 있었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새로 1년을 따를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던 순간, 일동 침묵. 그 순간의 공기란-


머리가 제법 굵은 대학생 시절도 그랬다. '학년'보다 '학기'의 개념이 강해졌을 뿐, 어쨌든 3월 초 개강은 9월 초와는 확연히 달랐다. 한 살 더 먹고, 한 해 더 선배가 되는 기분, 조금은 더 어른이 된 듯한 느낌. 새내기 시절의 설렘이 리부트되는 기분에 때이른 봄 자켓과 치마를 입은 청춘남녀가 옷깃을 여미고 돌아다니던 캠퍼스의 낭만.


돌아보니 3월 2일은 확실히 새해의 출발점과도 같았다.


새삼스레 이십여 년도 지난 과거의 3월 2일들을 떠올리는 건, 현재의 3월 2일이 그때와 많이 다르단 반증일 것이다. 올해 3.1절 어제는 일요일이었고, 3월 2일 오늘은 월요일. 대체공휴일이라 빨간 날이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나에겐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영업일이다. 나는 짧은 주말에 미처 해소하지 못한 지난주의 피로와 오늘 아침 또 한 번 싸워야만 했다.


그래도 학창 시절의 새기분을 잠시 떠올린 것만으로도 현재가 새롭다. 비록 나이가 들어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라도, 3월 2일에 더는 그렇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지라도, 마침내 길었던 겨울의 끝을 뒤로하고 봄을 향해 가는 듯한 기분은 얼마든 만끽할 수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이제야 비로소 2026년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느낌이다. 지난해의 나빴던 기억은 거의 잊혔고 새해의 희망을 본격적으로 떠올리게 되었다. 해가 쨍한 날은 아니고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이 또한 지난 겨울의 날씨와는 사뭇 달라 새로운 기분을 느낀다.


올해는 작년과 얼마나 다를까? 봄은 어떻고, 여름은 또 어떨까? 가을쯤에 접어들면, 많은 것이 또 달라져 있을까? 1월 1일 신정과, 2월의 설날을 모두 지나보내고 난 3월 2일의 마음가짐은 어느새 저만치 새해의 희망으로 무르익어 간다.


3월 2일은 여전히 한 해의 도어벨과도 같다.

찌르릉 하고 울리면 누굴까 하고 궁금해지는 도어벨 말이다. 기다리던 택배든, 배달음식이든, 심지어 예고 없이 찾아온 낯선 누군가든 간에 도어벨을 경계로 문 밖 너머의 확인이 이루어진다.


명백한 어른이 된지도 한참인 2026년 3월 2일. 창 너머 봄비가 내리는 카페에서 그려보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결코 어린 시절의 그것보다 낡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를 그만큼 많이 사귀기는 힘들겠지만,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새로워지는 일들은 줄어들겠지만—


오랜만에 3월 2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 끄적임만으로도, 한 해의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충분하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때 그 시절처럼 충만한 새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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