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있는 사람이 더 좋다.

그리고 그걸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호감을 느낀다.

by 차돌


그야말로 과잉의 시대라 할 만하다. 넘치면 비우기 쉬우나 모자라면 채우기 힘든 사회이기에, 주위를 둘러보면 행여 모자랄까 봐 눈에 불을 켜고 자기 것을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들로 넘쳐나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유가 별로 없는 이들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판단하고, 최대한 이뤄내는 것이 '성공'으로 평가받을수록 그 반대의 가치는 '실패'로 규정지어질 수밖에 없다. 때론 남보다 느린 듯하고, 때론 남보다 부족한 기분에 곧잘 휩싸이는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자신의 결핍을 감추고자 애쓰며 살아간다.


괜찮은 척, 있는 척, 아는 척. 알고 보면 결핍 투성이인 사람들조차 '척'을 내세우느라 바쁘기 때문에 결핍은 더더욱 저마다의 비밀로 깊숙이 감춰지고야 만다. 타인과 별다른 이해관계에 놓여있지 않던 학창 시절이라면 모를까, 자본의 논리와 경쟁의 우열에 찌들어 갈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세일즈 하기 위해 남에게 괜찮아 보일만한 모습들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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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본인의 결핍을 타인에게 드러내고야 마는 사람은 반드시 둘 중 하나의 성향을 지닌다. 솔직하거나, 순진하거나.


솔직하다는 건 거짓에 익숙지 않다는 말과 동의어에 다름없다. 소위 '음흉한' 사람들이 진의를 감춘 선의를 내세워 타인에게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솔직한 사람들은 진의 그 자체로 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남을 속이기 위해 자신부터 속이는 '정당화'나 '합리화'의 과정을 생략한 채 있는 그대로 소통하기 때문에 때로는 투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투박함이야말로 알아갈수록 '진솔하다'라고 평할 만한 솔직한 사람들의 장점이다. 거짓과 거짓이 엉켜 결국에는 서로를 경계하게 되는 관계와는 달리 진솔한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골동품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때로는 어리숙하다는 평가를 받을지언정 적어도 타인의 어수룩함을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 이들은 간혹 '세상 물정'이라고 일컬어지는 셈법을 잘 몰라서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잘못을 알고도 저지르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에게 폐 끼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영악함에 비한다면 순진한 이들의 실수란 얼마나 인간적이란 말인가. 우리는 저마다 실수를 저지르며 성장하는 동시에 타인의 실수를 용서하며 성숙해지는 존재다. 순진함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나 서로에게 푹신할 수 있는'쿠션'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때묻지 않은 성향을 뜻한다. 때때로 영악한 친구의 능숙함보다 낯선 이의 미숙함에 더욱 끌리는 건 그 안의 순진함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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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핍이 있는 사람이 더 좋다. 그리고 그걸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호감을 느낀다. 그들의 솔직함이나 순진함은 역시나 결핍이 많은 내게 어떤 위로와도 같기에 부족한 마음 공간이나마 한 켠을 내어줄 수 있다. 이는 '인디'의 개성과 'B급'의 감성이 점차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결핍을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다'는 말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에 안도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런 후라야 각자의 개성도 비로소 빛을 본다.


한동안 스스로의 결핍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나는 결핍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알고 있기에 결핍이 언제까지고 결핍에만 머물지 않음을 믿는다. 자신의 모자람이나 타인의 부족함을 알고도 건강한 관계를 맺어 가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발전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결핍을 감추지 않는 사람의 소탈함은 결핍을 감추려 애쓰는 사람의 허세보다 훨씬 당당하게 느껴지곤 한다.


나는 결핍이 있는 사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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