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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05. 2020

04. 스웨덴 마트 장보기

외국 마트에서 숨은 한국 음식 찾기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둘 다 꽤 오랫동안 혼자 살다가 결혼했는데

같이 사니 식재료가 참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요즘 같이 외식이 힘들 때는 더더욱이 식재료가 빨리 소진된다.

이틀에 한번씩 장을 보러 가야 할 정도...

(말이 이틀에 한번이지 소소하게 장보러 거의 매일 가는 것 같다.)


마음 먹고 장을 보러 간다면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간다.

집 앞에도 꽤 큰 슈퍼가 있고,

동네 마트도 있지만

한국에서도 나는 대형마트를 선호했는데

남편 역시 자기가 가입 된 마트브랜드를 선호하더라고.


스웨덴에서 큰 마트 체인이라고 하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곳들이 

Coop[쿱], ICA[이카], Hemköp[햄솁]인 듯 하다.

(스웨덴 자판이 없어서 저 스웨덴어 알파벳은 복사해서 붙여넣기ㅠㅠ)

그 중 우리는 ICA 단골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마스크를 거의 안 쓰기 때문에

마스크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

우리는 급한 장보기가 아니라면 이른 아침이나

(오전 7시 오픈이라 이른 아침 6시 반경 일어나서 눈 뜨자마자 챙겨 입고 나가기)

늦은 저녁(밤 10시에 문을 닫으니 집에서 저녁 8시 넘어서)에 장을 보러 가는 편이다.

그래야 덜 붐비고 여유롭게 장을 봐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채소와 과일 코너

오른쪽에는 꽃 코너가 있다.

스웨덴 마트에는 꽃을 많이 판다. 꽃집에 따로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꽃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다.  

내가 데려갈 꽃에게 미안해서 자주 사는 편은 아니지만...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여기 마트도 행사를 주 단위로 하는 편인데 빨간 숫자의 세일 가격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어딜 가나 세일의 늪ㅠㅠ


이렇게 마음먹고 장을 보러 올 때는 구매 목록을 작성해서 가져오는 데 

막상 마트에 오면 꼭 더 사게 되어 있다. 나만 그런거야?!


야채 냉장칸에서 만난 김치.

한국식으로 만든 것 같긴 한데 그리 맛있어 보이진 않는다. 뭔가 양념이 덜 들어간 듯한 색이다. 

외국인 버전일까? 가격도 양에 비해 너무 비싸다.

스웨덴 돈인 1크로나는 우리나라 돈으로 130원정도이니까 조그만 1병에 6,500원인 셈이다. 비싸다.




이건 냉장용이 아닌 그냥 일반 진열대에서 만난 김치. 회사가 한국이름으로 된 걸 보면 이건 한국인용인 것 같다. 좀 더 색이 진하다. 그래도 비싸게 느껴지고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도 요즘에는 유럽사람들이 아시안 음식에 관심이 많아져서 일반 마트에서도 아시안 음식재료가 꽤 눈에 띤다. 특히 일본식이나 태국식 재료는 거의 있는 편인 것 같다.


여기 스웨덴(스톡홀름)에도 센트럴로 나가면 아시안마트나 한국 마트가 따로 있어서 웬만한 건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 많은 곳으로 갈 엄두가 안나 그냥 동네에서 벗어나지 않고 동네 주변 마트에서 장보려고 한다. 아님 온라인 주문을 하던가...(배송비가 ㅎㄷㄷ이다ㅠㅠ)



한국에서 흔히 보던 삼양라면과는 패키지가 많이 다르다. 그냥 얼핏보고는 우리나라 라면 아닌 줄 알았다. 남편이 저것도 한국 음식 아니야? 가리키는 바람에 집었는데 삼양라면. 여기서 만나니 반갑긴 한데 낯설다... 이것도 사고 싶지 않게 생겼어ㅠㅠ




냉장코너에서 발견한 만두, 아니 일본식 교자.

여기는 상자 패키지가 더 일반적인 것 같다.

이번 장 볼 땐 담지 않았는데 다음 장 볼 때는 담아 볼까 생각중이다. 채식주의자용, 고기교자 등 3가지 맛으로 되어 있었다.




원래 장보는 걸 좋아해서 마트만 가면 눈이 돌아간다. 꼭 사지 않아도 뭔가 새롭고 신기하고 계속 구경하게 된다. 사야 할 것들을 다 고른 다음에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구경했다. 새벽 어스름이 남아 있을 때 출발해서 마트에 왔는데 벌써 해가 나서 세상이 밝아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어깨가 무겁고(우린 주로 둘다 백팩을 메고 가서 장을 봐 온다), 아침 공기가 덜 차다.


평소라면 3층인 우리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지만 장을 무겁게 봐 온 날이면 엘리베이터 문으로 저절로 손이 간다. 여기서 유럽식 '층'개념 팁 한 가지!

나도 처음 왔을 때 많이 헷갈렸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로비라고 부르는 곳을 우린 1층이라고 보고 세지 않나.

여기는 우리식 1층 로비를 Ground, 즉 0층으로 보고 센다.

-1은 지하 1층.

우리식 1층은 여기서 0층

우리식 2층부터 1층으로 센다. 지금도 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건물은 그렇게 센다고 하니 유럽가서 헷갈리지 않길.

남편 말에 의하면 스웨덴 대부분의 엘리베이터에 닫힘 버튼이 없다고.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한국인에게는 너무 답답한 구조다ㅠㅠ 

나는 저 열림 버튼을 닫힘인 줄 알고 여러 번 누르기도 했었다...


집에 와서 먹는 아침 식사.

이건 스웨덴식 쌀푸딩 같은 건데 risifrutti라고 한다. 쨈이랑 섞어 먹는 버전이 있고 그냥 저 하얀 부분만 있는 버전도 있다. 쨈이 있는 버전은 꼭 요거트처럼 생겨서 요거트인 줄 알고 집을 수도 있다. 맛은 쌀알이 씹히고 크리미하면 달달한 맛? 그렇게 거부감 

없이 대부분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한 예민하는 입맛을 가졌는데 이정도는 먹으니까. 남편은 쨈이 없는 버전으로 크게 포장한 걸 사다가 전자렌지에 데워서 시나몬가루를 듬뿍 뿌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뭐... 나는 데워 먹으면 좀 이상하더라고. 그냥 쌀죽같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단맛이 나니 뜨끈한 단맛나는 죽? 이상해...


아침부터 이렇게 장을 보고 오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아직은 여행자 신분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지만 나중에 이 모든 것들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날들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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