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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Oct 29. 2023

51. 가을 일상, 스웨덴에서

9월-10월초 스웨덴 가을 일상:)

남편과의 카페 데이트

애매한 시간대에 카페를 갔다가 허기져서 치킨시저샐러드를 같이 시켜 먹었다.

평소같으면 그냥 피카빵 하나 나눠 먹을테지만 샐러드와 커피라는 생소한 조합이

뭔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새로 오픈한 식당에서 먹은 이탈리안피자와 파스타

요즘 스웨덴에도 이탈리안 피자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얇디 얇은 스웨덴식 동네피자보다 이런 화덕피자스타일이 더 좋다.

뭔가 더 건강한 느낌도 들고 신선한 느낌도 들어서 좋은 거 같다.

피자는 맛있었고 파스타도 맛있긴 했지만 양이 좀 아쉬웠던,

그래도 외식은 언제나 뭔가 설렌다:)

새로운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들른 빵집

처음 가는 빵집에서 빵구경은 언제나 재미있다.

대부분의 스웨덴 빵집들의 메뉴는 거의 비등비등하지만

그래도 이 빵집만의 특색이 뭐가 있을까? 그 조금의 차이를 찾는 재미?:)

퇴사 선물을 받아온 남편

퇴사와 이직으로 마음고생 몸고생 중인 우리 남편...

한국인 아내가 있다는 걸 팀원 모두가 알았기에

한국식 느낌이 물씬 나는 엽서에 간단한 문구의 편지

그리고 소주와 소주잔.

스웨덴 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인데 이리저리 구해서 줬다고.

감동이었다!

이전회사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싸준 도시락

예쁘게 샌드위치를 싸주고 싶어서 소스부터 쌓는 순서까지 유튜브로 찾아봤다.

나름 만족스러운 비주얼:)

지하철역까지 남편을 배웅했다.

지하철 타기 전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우리 남편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나:)

9월의 스톡홀름은 나름 푸르렀다.

그러나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쌀쌀해지고...

스웨덴 내에선 구경하기 힘든 농심 멸치칼국수라면

한국에 있는 친구가 보내줘서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

그래서 독일에 있는 한국마트에서 또 주문했다...ㅎㅎ

칼국수에는 겉절이가 어울리니까 없는 솜씨로 김치도 만들어서 같이 먹었다.

국물이 땡긴다는 건 계절의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

가을가을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오꼬노미야끼랑 일본식라멘

오꼬노미야끼로 가루를 팔아서 가루로 반죽해서 만들었고

라멘도 인스턴트라멘키트로 만들었다.

조금의 기교만 더해진 일식밥상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서울김치 배달

기간한정으로 전라도식 동태찌개키트를 팔길래 같이 주문했다.

만드는 방법을 같이 보내주셔서

손질된 재료를 넣고 같이 끓이기만 하면 되었다.

양념은 넉넉해서 이렇게 끓여먹고도 다음에 또 한번 더 해 먹을 수 있었다.

깔끔하고 건강한 맛의 그런 동태찌개였다.

스웨덴에선 동태를 전체 한마리 다 구하기 어렵다.

마트에선 이렇게 동태포처럼 몸통살만 발라진 건 판다.

여기선 보통 오븐에 굽거나 후라이팬에 구워서 먹는 거 같다.


우리 한국식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같이 국물에 넣고 팔팔 끓여서

얼큰하게 우려먹어야 하는데... 그래야 뭔가 깊은 맛도 나고 그런데

그런 게 좀 아쉽다.

날씨가 좋았던 날...

10월부터 스웨덴은 급격히 낮의 길이가 줄어든다.

날씨도 이렇게 화창한 날은 드물고 구름이 꽉 낀 회색빛 날의 연속이 일상이 된다.


처음 만들어 먹은 채끝짜파구리.

한창 유행일 때도 먹어볼 생각을 못하다가

마트 장보는데 문득 그냥 궁금해져서 채끝을 사버렸다.


나쁘지 않았지만

섞어 먹기보단 각각의 고유한 맛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구리는 너구리대로

짜파게티는 짜파게티대로 먹는 게 더 맛있다.

한번 먹어 본 걸로 만족!

내맘대로 고명듬뿍 잔치국수:)

좋아하는 동네 숲길

열심히 걸었는데... 이젠 낙엽이 다 떨어졌다ㅠ

순식간에 푸르름에서 가을로,

짧디 짧은 가을에서 지금은 겨울로 가는 중이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날

출장갔다 돌아오는 남편을 마중나갔다.

애매한 오후시간 텅텅 빈 스톡홀름 지하철

기차역 근처 카페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플랫폼에서 기다리려다가 그냥 날씨도 춥고

따뜻한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기도 하고

남편과 만나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한번 와 본 곳이지만 남편은 처음인 식당.

남편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데려왔다.

남들은 비도 오고 추우니 국물있는 포를 먹겠지만

우린 반미가 더 취향에 맞아서 반미랑 처음보는 코코넛밥(?) 메뉴를 시켰다.

같이 주는 피쉬소스가 있는데 나는 피쉬소스를 좋아하지 않고

생선비린내에 예민해서 빼고 먹었다.

테이블 끝으로 빼놓고 먹은...ㅎㅎ

반미는 그릴드 포크로 골랐는데 맛있었고

처음 먹어 본 코코넛밥도 맛있었다.

10월 4일

스웨덴은 시나몬번데이였다.

한국의 빼빼로데이 같은 마케팅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날...ㅎㅎ

시나몬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열심히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지만

우리는 그냥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먹는 그런 사람들이라서

빵집에 길게 늘어선 줄을 구경만 했다.


이날은 특수한 날이라 마트에도 빵집에도 시나몬번만 엄청 만들어 판다.


우리의 최애 식당 중 하나

chopchop

팟타이랑 오렌지치킨, 타이커리

사이드 새우튀김, 가라아게

무슨 향수광고 같지만

지하철에 나오는 편의점 시나몬번 광고...ㅎㅎ

오랜만에 만난 언니들과

일본식 카페 겸 식당인 곳에 왔다.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해서 내가 먹을 걸 먼저 주문하고 기다렸다.

말차롤

복숭아맛 우롱차

참치오니기리


친구집에 놀러가기로 한 날

빈손은 좀 그러니 소금빵을 구워서 가져갔다.

여러 번 구웠지만 항상 만족하긴 힘들다.

그나마 모양이 괜찮은 것들을 골라 담아서 갔다.

가는 길

트램 안에서 바라보는 해질녘풍경

여긴 Linköping 린셰핑이라는 도시

남편 출장을 따라왔다.

처음 와 본 도시는 항상 뭔가 신기하다.

남편이 일하는 동안 나는 시내를 돌아다니고

혼자 카페를 찾았다.

동네 사랑방 같았던 복작이는 카페

늦은 점심삼아서 간단한 샌드위치랑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퇴근한 남편이랑 저녁먹으러 온 그리스 식당.

남편이 시켜다 준 이름모를 메뉴들...

아마 내 인생 첫 그리스음식?!

일찍 해가 저문 도시 풍경...

간단히 마트에서 장을 봐서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 날

남편은 출근하고

혼자서 공원을 걸었다.

날씨가 참 좋았다. 운이 좋았네!

혼자서 찾아간 한국식당

점심으로 시킨 양념치킨덮밥

당연히 한국인 주인일 줄 알았는데... 몽골분들이 하는 식당이었다.


스웨덴에선 일식집도 한식집도

일본인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집보단

몽골인,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참 많다.


린셰핑 시청 앞 거리뷰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려고 들어간 체인 카페.

스톡홀름에도 있는 체인이라서 체인이 아닌 카페로 가려고 했는데

플랜A, B 모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사람 적고 한산한 체인카페로 왔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퇴근한 남편과 함께 스톡홀름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렸다.

탑승시간 1분 남기고 온 기차... 스웨덴 답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예쁘게 생긴 나무라서 좋다.

우리 동네도 아닌데 굳이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와서 사진찍고 인사했다.ㅎㅎ

여긴 우리 동네

한창 단풍이 들었는데... 지금은 낙엽이 더 많다ㅠ

가을가을했던 숲길...


가을은 봄만큼 참 짧게 느껴진다.

나는 스웨덴의 일년 중 절반은 겨울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8개월 정도 겨울이라고...

사람마다 체감은 다르겠지만 아무튼 스웨덴에서는 겨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실히 많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봄, 가을, 여름은 짧게 느껴지고 그만큼 더 소중하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으로 서머타임이 끝나가고 있다.

진짜 겨울이 온다. 아니 왔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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