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이야기(6)
거의 대부분의 음주운전 사건은 운전을 하던 중 또는 운전을 마친 직후에 단속되어 음주측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단속 경찰관에 의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곧바로 확인되므로 다른 형사 사건에 비해서 불송치 결정, 혐의없음 처분 또는 무죄 판결을 받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서 주취운전자정황보고 등 경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 서류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등 음주운전을 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공소제기가 이루어지고 유죄 판결이 선고되는 것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불송치 결정, 혐의없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먼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단속 기준치와 동일하거나 단속 기준치를 근소하게 초과하였으나 그 수치를 운전 당시의 수치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예를 들어 22:00경에 술자리를 마치고 곧바로 10분간 운전을 한 사람이 목격자의 신고로 운전을 마친 후 약 30분이 경과한 22:40에 음주측정을 하였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032%로 단속 기준치를 0.002% 정도 초과한 경우,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단속 기준치인 0.030%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흔히 술을 마신 직후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에 10분이라도 시간을 끌면 수치가 조금 더 낮게 나올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는 어떻게든 측정을 늦게 하려고 경찰관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술을 마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최종 음주시각을 기준으로 약 30분에서 90분까지는 상승한다. 마신 술이 체내에서 흡수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음주 직후보다 오히려 음주 종료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운전을 한 시점과 음주측정을 한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고, 체내에서 알코올이 흡수되어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중이었던 경우에는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측정 시보다 낮았을 수 있으므로 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단,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단속 기준치를 넘겼을 것으로 보이는 만취 상태의 경우에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내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해서 다투지 않는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알아서 사정을 고려하여 주지는 않는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객관적인 내용에 비추어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를 그대로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관련 사실들을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경찰관이 음주측정 과정에서 법률이 정한 절차와 방식을 위반한 경우이다.
음주측정 시에 입안에 남아있는 잔류 알코올을 제거하기 위해서 물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법률이 정한 영장주의의 예외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영장 없이 강제수사를 하여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점을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경우보다 더 힘들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고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만 부정되는데 다른 증거를 통해서 음주운전 사실이 증명될 수도 있고, 법률이 정한 영장주의의 예외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고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이다.
그러나 법이 정한 음주운전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 필요는 없고, 또한 국가권력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을 그대로 목도(目睹)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기를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