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둘레길을 걷습니다.
수락산을 걷고 엄마와 저는 다리 통증에 힘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폼롤러로 마사지를 해도 꽤 뻐근하더라구요. 역시 고급코스의 위엄을 느꼈습니다.
2월 12일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도봉산역까지 50분이 걸리더라구요. 점점 집과 멀어집니다. 서울이 그만큼 넓다는 증거겠지요.
8코스는 구파발역부터 도봉산역까지 걷는 33.7km, 16시간 30분의 기나긴 코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위주로 8-5코스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 힘들면 돌아가고, 다시 걷자고 다짐합니다.
걷다가 또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둘레길을 다 걷고, 스템프를 찍고 나면 그 산에 올라야겠습니다.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등 정상에서 인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엄마와 5일동안 내내 붙어서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할 말도 없어집니다. 엄마가 갑자기 "너는 누구랑 제일 친하니?" 물어보시더라구요. 대학교 동창을 이야기 했습니다. 비록 거리가 멀어도 가장 편한 상대가 아닌가 싶어요. 엄마에게도 물어봤어요. "엄마는 누구랑 제일 친해요?" 교회 분을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나이가 들면 친구가 점점 없어진다고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래도 저는 엄마랑 제일 친한거 같아요. 같이 살고, 같이 걷고 여행도 같이 하니 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예전에 우이동에서 북한산 둘레길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누구와 언제 걸은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이동에서 계곡을 따라 걸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그 코스를 걸었더니 계곡 정비도 깨끗하게 되었고, 공사중이던 곳은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가끔 호캉스 하기에는 딱 좋아 보입니다.
우이-신설선도 생기고 참 낯설어진 동네입니다. 수락산을 걸은 이후라 그런지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4-19 국립묘지도 처음 봤습니다. 생각보다 크고, 장엄했습니다. 나중에 그 안에 들어가 묵념을 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잘 걸었습니다. 다음주는 개인일정으로 건너뛰고, 그 다음주에 또 걸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왜 살은 빠지지 않는지 슬픕니다.
2022년 2월 12일 토요일. 30,687걸음, 20.87km, 북한산은 참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