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성격은 아닙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쓸데없는(?) 물건에 꽂입니다. 만년필이나 스마트 시계, 문구류 등등. 하지만 잘 사용은 하지 않아 사고 후회를 하기도 하지요.
라미 만년필을 사서 쓰고 있는데, 제 이름 각인도 해서 나름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잉크를 넣는 과정이 조금 귀찮습니다. 인터넷 속에서 멋들어지게 글 쓰고 싶은데, 내 글씨는 어디 내놓기 부끄러워서 쓰다 안 쓰다 방치를 하곤 합니다. 필사를 하겠다는 결심도 3일 만에 포기했습니다. 스스로 목적을 잃어버렸다고나 할까요?
4월이 되어 연초에 산 다이어리를 펼쳤습니다. 다이어리 관련 도서도 몇 권 빌려놓고, 좀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만년필이 없습니다. 계획에 좀 차질이 생겼지만, 다른 펜으로 쓰고 월 목표를 작성하고, 해빗 트레커를 그렸지요.
이후 책상을 정리하며 만년필을 찾아다녔습니다. 필통과 연필꽂이, 몇 안 되는 가방들을 뒤적이는데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방 정리해서 깨끗하다고 좋아하시는데, 제 마음을 만년필에 가있습니다. 집에 없으면 회사에 있을까? 출근을 하자마자 자리를 뒤적였습니다. 서랍이나 연필꽂이 다 안보입니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몇 년간 소중히 여겼는데, 다시 새로 사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그렇게 4일 만에 회사 잡동사니 박스에서 찾았습니다! 좀 자세히 찾아봤다면 찾았을법한 장소에서 말입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요.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물건을 찾으니 앞으로 좀 열심히,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내 만년필의 문제가 아니라 천천히 정성 들여 쓰다 보면 내 글씨도 봐줄 만한 날이 오길 기원하면서 매일 한 줄이라도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