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라는 남자친구에게.
더 연애를 하고 싶다는 남자친구에게 결혼은 조르는 제가 글을 씁니다.
안녕하세요. 우리가 만난지 벌써 97일이나 되었네요. 누군가에게는 97일 밖에 되지 않았냐고 하겠지만, 제게는 매일 매일이 기적 같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소개팅으로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하고 시간이 어떨게 가는지 모르는 인연을 만는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어릴 때에서는 모르니깐요.
며칠 전에 님께서 제게 님의 부모님과 통화한 이야기를 하셨지요. 그 주체가 님인지 부모님인지 세세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저는 그게 많이 섭섭하고 서운했어요.
저는 우리가 서로 적지 않은 나이에 만나 결혼도 하고 님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아깝고, 얼른 둘이서 알콩달콩 살고 싶네요.
불과 100일 전까지만 해도 저 스스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남자는 없어서 여생을 혼자 재미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다 님을 만나고 좋은 나머지 이 마음을 님에게도 우리 부모님에게도 강요했나봅니다.
우리 부모님께서 님의 부모님을 보자 하신건 우리 둘이 잘 사귀고, 여행도 다니고 한다니 님 뿐만 아니라 님의 부모님을 보고 잘 부탁하고 싶었대요. 물론 만나서 결혼 시기도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겠지만... 갓난아기든, 20대든, 40대든 부모님에게는 아직 어린 딸일 뿐이니깐요. "결혼 말고 동거", 커플 여행 등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도, 부모님이나 저도 아직 아리랑 시대의 사람인가봐요.
님은 몇 년간 혼자 산 자취집보다 제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이 더 좋다고 말하셨지요. 삶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던 그 집을 떠올리며 저는 님과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밤마다 어두운 골목을 찾는 것도 운치있고 재미있지만, 우리 둘이 사는 집에서 편하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었구요.
며칠 전 시간을 달라는 님의 말은 저를 더 보고 판단하겠다고 들렸어요. 저는 긴 시간동안 아낌없이 내 모든 것을 주고, 생각을 나누고, 주변 사람에게 님에게 소개했는데도 불구하고 님은 좀더 보고 결정하겠다는데에 눈물이 나더군요. 그러다 님에 대해 내가 제대로 아는게 있었던가,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시간을 더 드리지요. 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부디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그리고 저와 재미있는 시간을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