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일 어려울 줄이야.
상견례 자리에서 주례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양가 어머님들이 교회를 다니는 분들이라 각각 목사님이 어떻겠냐고 이야기라 흘러갔고, 남자 친구 어머님네 교회 목사님은 원주에서 모시고 가기 머니 우리 교회 목사님에게 부탁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둘째 언니도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주례를 봐주셨습니다. 목사님께 작은언니네 커플이 인사를 가 각자 결혼해야 하는 이유 10가지를 써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셨고, 무난히 예식을 치렀습니다. 언니때와 목사님은 바뀌었지만,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며 결혼 한 달 앞두고 엄마와 남자 친구, 저 셋은 목사님은 뵈었습니다.
목사님: 생각하시는 예식은 있나요?
저: 짧은 예식이요.
목사님: 다른 건 생각한 게 있나요?
저: 없는데요.
축가와 축사도 없다고 하니깐, 그런 예식은 본 적 없으시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랑 저는 입장을 할 때 남자 친구 아버님이 남자 친구와 동시 입장 혹은 양가 부모님들이 부부끼리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목사님은 그런 입장을 해야 하는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며 좀 더 생각하고 또 오라고 하시더군요.
결국 2주 뒤 남자친구와 저는 인터넷으로 예배식에 대해 알아보고 목사님을 2번째로 만나게 됩니다. 목사님께서도 미리 식순과 혼인서약서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이시지만, 저랑 남자친구는 가나안입니다. 그래서 혼인서약서를 읽고 하나님의 사랑이 넘치는 결혼이 되는 것에 적잖아 당황스러웠습니다. 찬송도 있다고 해 mr을 혹시 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예식장 음질을 이야기하시며 피아노 반주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음 우선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주례나 식순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신부 마음대로 하라고 해놓고, 입장이나 축가, mr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 심지어 엄마는 은근 저랑 남자 친구가 교회를 계속 나오길 바라시고. 목사님께 기독교 색채를 빼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 거 같고 엄마가 부탁한 것이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젊은 목사님이라 그러신 지 열정이 많으신 거 같습니다. 짧고 간단한 30분이 얼른 끝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