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늪에서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님이 니체의 사상을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28세의 니체(1844-1900)가 쓴 ‘비극의 탄생’에서 예술과 인간 그리고 세계에 대하여 청년다운 상상력과 패기로 전개한 통찰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비극의 탄생’은 예술철학 분야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칸트의 ‘판단력 비판’과 함께 3대 고전이라고 한다.
철학의 모든 물음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귀착된다. 그리고 왜 삶은 고통과 갈등으로 가득 차 있는지, 그 삶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는데 그 답은 철학자마다 다 다르다.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유명한 말에서처럼, 근대에 신의 권위와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학이 대신하게 되었고 과학만이 진리를 드러낸다고 믿어졌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 인간은 오히려 이전보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각기 혼을 갖는 생명체이며, 원자의 덩어리와 화학원소의 화합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임을 느낀다.
니체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에 의해 세계와 사물의 진리가 드러난다고 보았고, 예술 특히 ‘음악’이 열어주는 ‘신화’의 세계에서만이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보았다. 니체는 이 세계의 근저에 존재하는 ‘우주적 생명력’을 새로운 신으로, 기존의 소원을 빌거나 단죄하는 신이 아닌 '춤추는 신', ‘디오니소스’로 명명하였다. 니체가 제시한 삶에 대한 해답은 이러하다.
고통을 긍정하고
인생을 춤추고 노래하듯이 살아가라.
디오니소스처럼,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니체의 철학과 세계관은 그 이전의 무엇과도 다르며, 니체가 초기에 많은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와도 다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선과 악이라는 대립 구조를 갖는 전통적인 가치관 대신에 강함과 약함이라는 대립 구도를 갖는다. 니체는 선하고 착한 인간이 아니라 ‘강한’ 인간이 되라고 외친다.
니체의 해답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그리스 비극의 마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관객은 찬란한 무대 위의 비극적 주인공에게서 서사시적 명료성과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주인공의 파멸에 쾌감을 느낀다. 주인공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 느끼지만 그 행위가 주인공을 파멸시킬 때, 주인공을 엄습할 고통에 전율하면서도 더 강한 쾌감을 느끼며, 훨씬 더 고양된다.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은 전능한 세계의지, 충일한 생명력을 표현하며, 가장 심오한 의미를 관객에 깨닫게 한다.
비극의 주인공이 비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듯이, 우리도 삶의 고통과 고난을 받아들일 때 세계의지의 생명력으로 고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접하였던 철학들의 해답들, 고통의 원인인 욕망을 제어함으로써의 해탈이나 구원, 또는 부조리한 현세가 아닌 내세에서의 구원, 등은 오히려 익숙한 접근인데 반해, 이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해답은 생소하다.
다만 아폴론적 서사와 디오니소스적 음악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리스 비극의 아름다움이 우리 인생을 닮아 있고, 그렇게 생각하며 고뇌하며 또한 춤추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이라는 니체의 통찰을 공감하며 배운다.
박찬국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