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by Clare books

"인간은 고통을 안고 산다’라는 사실에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라. 결국에는 너무나 보잘것 없고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민의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발 아래 깔린 시멘트와 혹독한 폭풍에 짓이겨진 마른 풀들마저도 다정스레 바라보게 한다. 예전에는 추하게 생각했던 주변의 사물들을 이제는 손으로 만지게 되고, 사물의 세부를 있는 그대로 보아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지금 이순간의 인생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작가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글쓰기 강사인 나탈리 골드버그가 1986년에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철학을 담아 쓴 책이다. 지금까지도 글쓰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바이블로 사랑받고 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는 말보다는 글, 주로 이메일, 문서로 오랜 기간 일해온 사람이긴 하다.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다 이메일로 이루어지고, 결과물도 이메일의 글과 첨부 여러 문서들이다. 출판물로는 박사논문, 저널 페이퍼들, 전문지 기고문들이 있다. 논리적이고 명료해야 하는 글이고, 글에 나를 드러낼 일은 없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나만의 느낌과 생각을 담은 글을 쓸 기회를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점점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나를 살짝 드러내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하게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읽는 책 그리고 내가 쓰는 글이 지금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진정한 작가이며, 문학이라는 예술 세계의 구도자이다.

글쓰기라는 매력적인 세계를 동경하지만 그 무게가 힘겨워 앞으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이제 방금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 모두에게 그 자신의 삶을 보여주면서 손을 잡아 이끈다.

문학 예술의 너비과 깊이가 어떠한지, 작가의 손을 통해 예술 작품이 창조되는 그 지난한 노력과 불꽃같은 영감의 순간을 찬찬히 다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는 그녀는 말한다.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신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 나가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게으르며 불안정하고 자기혐오나 두려움에 싸인 존재, 정말 말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직면하는 순간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쓰레기와 퇴비로부터 피어난 글쓰기만이 견고한 글이 된다. 삶의 경험들을 삭혀서 퇴비로 만드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이다.
학생들이 글을 발표하는 시간이 되면 남편의 죽음, 강에 버려진 어린아이의 사체, 시력을 잃어가는 여인 등 인간 존재가 고통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나는 이때 학생들에게 울고 싶다면 소리내어 울어도 좋지만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라고 부탁한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그동안 수없이 느껴왔던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에 빛을 주고 색을 입혀 이야기 구조를 덧붙이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분노를 붉은 튤립으로 변형시키고 슬픔을 회색빛 낙엽으로 가득 찬 오래된 골목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전체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우리를 통해서 글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관통하는 글쓰기 만이 흐르는 피가 땅에 스며들 듯 다른 곳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힘이 생긴다.
완전히 태워 버린 것, 첫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것만이 모든 사람을 깨우고 모든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을 솔직하게 쳐다보라.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된 것이다. 평범한 존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위대한 힘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두가지 모두 근사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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