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김나연 옮김. 앤의 서재.
“그러나 나처럼 흉측하고 추악한 존재가 또 있다면 나를 거부하진 않겠지. 내 반려자는 나와 같은 종족으로 나와 같은 결함을 가져야 마땅하네.
그대, 나와 같은 종족을 만들어라.
나를 위한 여성을 만들어라.
우리 둘이 서로만 의지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겠어.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에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할 것이야. 우리의 삶이 행복하진 않을지언정, 남을 해치지 않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비참함도 더 이상은 없으리라.
아, 창조주여! 나를 행복하게 해 다오!
단 한번 은혜를 베풀어 그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오! 나 역시 다른 이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품어보고 싶으니!
내 청을 거절하지 말아 다오!”
소설 속에서 가장 놀랍게 다가왔던 장면이다. 다시 읽으니 괴물의 요청에 담긴 그 절절함이 더욱 마음으로 느껴졌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앤의서재 출판본으로 읽으며, 200년 전에 살았던 열아홉살 작가의 상상으로 펼쳐낸 놀라운 비극의 고통과 아름다움에 더욱 깊이 매료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그 흉측하고 불완전한 피조물은 이름 조차도 없이 ‘괴물’이다.
십일월의 어느 음산한 밤, 시체들을 이어붙여 만들어 낸 괴물이 힘겹게 숨을 내쉬는 순간, 프랑켄슈타인은 숨이 막히는 공포와 토악질에 뛰쳐나간다.
그 끔찍하고 거대한 존재는 창조주-프랑켄슈타인 박사-로부터 실패한 피조물로 버림받아 외롭게 세상을 떠돌며 사랑과 연민을 갈구한다. 그 성정이 인간과 다를 바 없음에 그가 느낀 고통과 외로움이 나에게 전해져 왔다.
눈먼 노인과 가족들을 몰래 지켜보며 인간 세상을 배우고 동경했지만, 그는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눈먼 노인으로부터도, 심지어 어린 아이로부터도.. 그의 모습은 어떠한 연민도 이끌어낼 수 없었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음에 마음이 아프다.
그는 존재함 자체로 장대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사악한 진짜 괴물이 된다. 그의 어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그는 창조주를 저주하며 똑같은 고통으로 복수하려 했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임으로써 그의 삶을 파멸시켰다.
인간의 삶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로 엮이어 있고, 소중한 한 사람은 한 세상이 된다. 그 세상이 하나씩 상실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잘못에 기인했다는 것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괴물은 그렇게 프랑켄슈타인에게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맛보도록 했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절절한 요청대로 반려자를 창조해 그에게 주었다면 과연 달라졌을까? 그러나 그럴 수는 없음이, 그렇게 하였더라도 그것은 또다른 고통의 시작이 될 뿐 괴물에게도 구원이 되지는 못했을 것임이 비극인 것이다.
괴물이 그렇게도 갈구하는 사랑과 연민을 흉측하게 창조된 또하나의 괴물로부터 과연 얻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세상의 고통이 연민의 대상이 되지 못함, 받아들여지지 못함 어찌 그 하나 뿐일까..
프랑켄슈타인이 연인 엘리자베스, 친구 앙리, 아버지, 가족들과 누렸던 행복은 그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이하자 그의 삶을 더욱 황폐하게 했다. 눈먼 노인의 가족들은 서로 사랑하고 위로했으나,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 그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했다. 프랑켄슈타인을 구한, 얼음 속에 갇힌 탐험선에는 수많은 선원들이 북극의 추위와 죽음을 무릅쓰고 일하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커다란 태양이 찬란한 광채를 퍼뜨리는 북극의 얼음 평원 수평선 너머까지 괴물은 썰매를 타고 쏜살같이 질주하며 끝없는 추격을 이끌고,
사랑하는 사람을 다 잃은 프랑켄슈타인은 오로지 자신의 창조물을 죽여 없애겠다는 일념으로 괴물을 추격하며 그 생명은 차츰 꺼져갔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프랑켄슈타인의 죽음 앞에 괴물이 나타나 뒤늦은 용서를 구하는 듯한 장면이다.
그러나 그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항변이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고통을 주고자 저지른 여러 살인과 악행이 오히려 그 자신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고,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혐오스러움을 토로한다.
괴물은 이제 스스로 장렬하게 자신을 불사르는 죽음을 택함으로 영혼의 안식을 찾겠다고 말하며 떠나가고.. 장대한 비극은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