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엇을 기대했나
1965년 출판되어 잊혀졌다가, 50년이 흐른 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당신이 들어본 적 없는 최고의 소설'이라 찬사를 받는 "스토너" 를 초판본으로 드디어 만났다.
소설 속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따라가며 마음이 애잔하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생각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책장을 넘겨가며 계속 무엇을 기대했던 것은.. 오히려 나였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청년 윌리엄 스토너의 삶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어느 고비를 넘긴 후 그가 마침내 행복해지는 순간을 끝까지 기대했다..
친밀한 우정을 만날 수 있기를..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여 사랑받기를..
예쁜 딸과 함께하는 기쁨을 맛보기를..
교수이자 영문학자로 인정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기를..
차라리 두번째 여인과 새롭게 출발하여 행복하기를..
그는 실망이나 기쁨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충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며, 참고 견딘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렇게 척박한 땅을 일구며 늙어갔던 것처럼.
내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소소한 행복들과 기쁨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는다. 소설 속 스토너에게는 그것들이 너무나 멀리 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애잔함은 더해간다.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도, 나는 그의 행복한 모습을 결국 보지 못했다.
그의 삶은 실패작이었던가.
암으로 불쌍하게 죽어가는 그의 옆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수군거린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쓴 책을 손에 쥔다. 그의 작은 일부가 그 안에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임에, 그는 색이 바래고 닳은 친숙한 표지를 향해 미소짓는다.
그 책이 사람들의 망각 속에 묻혔다는 사실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상대가 학문이든 여성이든 시(詩)든!
저자 존 윌리암스는 말한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책 속에서
- "모르겠나, 스토너 군?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갑자기 슬론이 아주 멀게 보였다. 연구실의 벽들도 뒤로 물러난 것 같았다. 스토너는 자신이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십니까?”
“정말이지.” 슬론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야.”
-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 보지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주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어리석고 맹목적이었던 연애시절과 신혼시절에는 이디스에게 그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었다. 그때까지 한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존 윌리암스 《스토너》.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