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번의 일출과 열여섯번의 일몰
그들은 끝없는 끝을 향해 나아간다.
우주를 질주한다.
빛과 어둠을 뚫고 전속력으로 행성을 뒤쫓는 한 끝은 없다. 오직 돌고 돌 뿐이다.
그들은 오늘 열여섯번의 일출과 열여섯번의 일몰을 본다. 아침은 90분마다 돌아온다. 그 풍경은 끝없이 반복되면서도 매번 새롭게 태어난다.
돔 유리 너머에 존재하는 행성 지구는 장대하고 위엄 있고 당당하다. 아름답고도 외로이 빛을 발하는 유리구슬이며 생생하고 완벽한 구체이다.
지구의 아름다움은 메아리이고 울려 퍼지고 노래하는 빛이다.
지구는 환희에 찬 연인의 얼굴이다.
지구는 거대한 어머니다. 이야기와 기쁨과 그리움을 가득 안고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들은 어린 시절 작은 존재로 돌아간다.
그들은 지구의 찬 바람과 거센 빗방울, 가을 낙엽, 움푹 파인 길에 고인 웅덩이와 그걸 밟아 젖어버린 발, 햇빛 한줄기를 그리워한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에서 자신들이 사랑했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본다.
그들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그때야 비로소 이 세상을 이해한다.
그들은 더 많이 알고 더 겸허해진다.
이 금속 바깥의 죽음은 너무나 가깝고, 산소가 있는 이 작은 공간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그들은 존재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동시에 무의미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그들과 함께 궤도를 돈다.
돔 유리 밖으로 북극에서 저무는 석양을 보며 감동하고,
남극에서 네온 빛 오로라가 빛의 탑으로 높이 폭발해 쏟아지는 것을 보며 황홀해한다.
함께 하릴없이 공중제비를 돌아도 본다.
치에가 우주에 갖고 온 스물네 살 젊은 치에 엄마의 사진을 보며, 그 엄마가 1969년 달 착륙 날에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궁금하다. 그 엄마에게 씩씩한 치에가 얼마나 기쁨이고 자랑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렇게 끝없이 계속 궤도를 돌고 있으면, 어쩌면 치에의 엄마는 아직 죽은 것이 아니리라 치에처럼 믿어 본다.
처음엔 SF소설인 듯 픽션이겠지 하며 이야기를 따라 읽었는데, 두번째 읽으면서 보니 이것은 어쩌면 우리 머리 위의 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의 어떤 하루의 기록이겠고, 그들 눈앞에 펼쳐지는 실제 지구의 풍경이리라.
짧은 글로 담아낼 수 없는..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이다.
"궤도" 서맨사 하비. 송예슬 옮김. 서해문집.
2024년 부커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