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여자에 관하여》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by Clare books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이 마흔이 될 무렵, 1970년대에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에세이와 인터뷰를 담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저자가 언급한 많은 내용들 - 여성의 사회적 지위, 근로 조건, 가부장제 억압 등 - 에 지난 50년간 많은 개선이 있었음이 참으로 다행이라 느껴졌다.


그런데 저자의 첫번째 에세이 "나이듦에 대한 이중 잣대"에서 언급한 내용은 조금 더 본질적이다. 여성이 나이듦에 대해 남성과는 다른 기준을 경험한다는 것인데, 2025년 이 시대에도 여전히 공감이 간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이 질문 앞에 내가 약간 당혹스럽고 즉답을 피하려고 주저하게 된 것은, 아마도 40대 중반쯤 부터였을 것이다.

저자는 여성들이 실제로 늙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 앞에 불쾌해하며 '나이듦'을 수치스러워하며 고통으로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남성은 자연스럽게 나이듦이 원숙함으로 인정받는데, 왜 여성은 나이듦을 고통과 혼란으로 느끼는 것일까. 그리고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오직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 허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비하여 남성에게는 '소년의 아름다움'과 '남성의 아름다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이 허용된다. 매일의 면도로 거칠어지고 감정의 흔적과 자연스러운 주름이 보이는 까무잡잡한 남성의 피부, 그리고 더 무겁고 두툼한 체격 또한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큰 이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은 반드시 깨끗한 피부를 유지해야 하고, 얼굴의 주름과 선, 흰머리는 모조리 실패가 된다. 이 사회에서 여성의 본분으로 간주하는 아름다움에 여성이 예속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나이 들어 보이는 아름답고 나이든 여성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시대가 저자의 시대보다는 나아졌음이 느껴지는 부분은, 중년 노년으로서 나이를 드러내면서도 아름다운 여성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작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님은 우아한 긴 드레스 차림에도 중년의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감추지 않아 더욱 멋있었다.

노년의 윤여정 배우는 흰머리임에도 작은 체구임에도 더욱 당당하고 우아하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권한다.

그저 친절한 것이 아니라 현명해지기를 염원하라고.

그저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 유능해지기를, 그저 우아한 것이 아니라 강해지기를 원하라고.

그저 남자와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야심을 품으라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들라고.

얼굴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이 드러나게 하라고.


이어지는 저자의 여러 에세이와 인터뷰들은 50년 시간을 넘어 지금 읽어도 충분히 예리하고 지성적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김하현 옮김.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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