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아이들의 집》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by Clare books

정보라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하여,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

를 상상했다고 말한다.


소설의 제목인 "아이들의 집"이 그런 곳이다.

아이들 수십명이 큰 돌봄 센터 같은 건물에서 돌봄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래서 처음엔 고아원 인가? 생각했는데, 다들 부모가 있고 집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작가의 상상 속 이 사회에서는 아이의 돌봄과 식사와 교육을 전적으로 '아이들의 집'과 학교가 제공한다.

국가와 공동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아이들의 돌봄과 양육을 생각하는 사회인 것이다.

모든 시민은 월1회 봉사로 아이들을 돕게 되어 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 지역 사회로 이 집은 자연스럽게 열려 있다.

이에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 부모의 수입이 안정적인지 거주할 집이 있는지 아닌지에 관계 없이, 아이들은 '아이들의 집'에서 먹고 자고 놀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부모가 다 있는 아이들을 왜 이렇게 키우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의 시야가 매우 좁았다는 것을 소설을 계속 넘겨가며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아동 학대 행위는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일어나며, 친부모에 의한 경우도 매우 많다고 한다.

부모에게 버려지는 아이도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가정에 이혼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불의의 사고 등이 발생하면, 아이는 제대로 양육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구제하거나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는다. '남의 아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적절하게 양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우며, 그 역할을 국가와 공동체가 부담하는 허구의 사회를 그린 것이다.


소설 속에 불쌍한 피해자들의 사연이 너무나 많다.

외면하고 싶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어났던 일들이겠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저자는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이 불편함을 소설로 드러내어 우리를 깨우친다.


소설 속에 그려진,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이 허구의 사회가 부러워졌다.

아이를 낳았으면 잘 키워야 하며 그 의무는 오롯이 부모의 몫이고, 사실상 엄마의 몫이 된다.

그리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적어도 뒤처지지 않게 키워야한다는 강박이 엄마들을 괴롭힌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엄마로서의 부담과 강박이 많이 덜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과 엄마들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이 되겠다.


사회 현실의 문제 의식을 미스테리 소설로,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정보라 작가님 능력은 참 놀랍고 멋있다.


"아이들의 집" 정보라 장편소설. 열림원.


책 속에서

-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가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

아이들의 집에서 아이는 그런 사실을 이해하면서 어른이 되었다. 아이들의 집은 어른들의 집이기도 했다.


- 그래서 나는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를 상상하고 싶었다. 어른도 불완전한 한 인간일 뿐인데, 그런 한두명의 어른들이 가정이라는 폐쇄된 울타리 안에서 아이의 목숨과 미래를 온전히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상상하고 싶었다.

좀 더 안전하고 평온한 사회를 상상하고 싶었다. 행복은 각자 느끼는 것이므로 그런 사회가 더 행복할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마음 놓고 살 수 있다면, 안심하고 지내다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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