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는 중인데, 알파고가 등장한 2016년부터의 작가의 긴 관찰과 AI 시대에 대한 통찰에 놀라고 있다. 이 책으로는 작가의 "책 한번 써 봅시다!" 에 완전히 설득당해버린, 즐거운 책읽기였다.
저자는 책쓰기를 권하며, '창조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권한다.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매우 다양하고, 그것들을 골고루 누리는 것이 행복한 삶의 비결이다.
그 중에서도 '창조의 즐거움'은 매우 특별하다고 말한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작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며, ‘지금 내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며 충족감이다.
머릿속에 품은 구상을 자기 손으로 정확히 현실에 구현하는 순간의 짜릿함과 통쾌함이다. 온전하고 또렷이 자신을 드러내어 인간적인 영웅이 되는 길이면서, 매우 평화적이다.
저자는 자신이 독서 외에는 딱히 변변찮은 취미가 없고 친구도 몇 없고 사람도 잘 안 만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공허함에 덜 빠지고 꽤 보람있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대단치는 않을지언정 책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공허감, 남부럽지 않은 조건에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토로하는 허무함은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충족되지 못함이라는 것이다.
책 쓰는 일은 무의미할 수가 없다. 일상에서 맞부딪히는 온갖 소음을 걸러내고 의미를 정제해서 저장하려고 만든 매체가 책이다.
공감이 된다.
책쓰기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서평 글쓰기와 브런치북 연재를 계속하면서 맛보는 남모를 충족감과 기쁨이 바로 이 '창조의 즐거움'이었다.
좋은 책과 만남을 통해 내가 발견한 의미와 감동을 쓸 때, 생각을 정리하여 글의 형태를 갖추어 완성하는 짜릿함과 통쾌함이 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다른 누구를 위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쁨을 위한' 글쓰기이다.
또 하나의 기쁨으로는, 내 글솜씨가 대단치는 않을지언정, 서평은 그 자체로 "좋은 책을 타인에게 권한다"는 의미와 쓰임새를 지닌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쓰여지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책의 맨 끝 '부록 6'에 작가의 가장 아름다운 글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들을, 글자의 바다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로 비유한다.
그는 오늘도 큰 배를 몰고 먼 바다로, 대양으로 나아간다. 글자의 바다에는 가도가도 끝이 없다.
그에게 '의미'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조금만이라도 더 의미있는 것을 얻으려고, 의미있는 자가 되려고 계속 나아간다. 그는 결국 글자의 바다에 빠져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다.
인간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대문호도 결국 자기 자신도 구원하지 못하고 글자의 바다에 빠져 죽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바다로의 항해는 종교나 구도일까. 그저 숙명일까.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고, 끝까지 모를 것이다.
그는 궁극의 단 하나의 소설, 걸작을 쓰기를 꿈꾸며 말한다.
내가 그 누구보다도 더 먼 바다까지 나아가리라. 거기서 침몰하리라!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글. 이내 그림.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