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작가 리베카 솔닛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돌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녀의 어머니는 평생을 딸에 대한 시기심을 갖고 살았다. 자신이 갖지 못한 금발, 자신만큼 큰 키를 시기하고 딸의 삶에 분노를 쏟아냈다. 다른 모든 이에게는 행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딸 앞에서는 깊은 불행의 심연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 그녀의 존재는 없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응급 상황마다 달려가며, 아침마다 어머니를 산책시킨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게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그녀는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 의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사랑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돌봄의 의무를 성실히 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데 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감정이입(empathy)이다.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이다.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 고통은 자아의 경계이다. 고통을 함께 느낀다는 것은 나라는 경계가 그에게까지 확장되는 일이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 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당신 스스로에게 해 주는 이야기일 수 있다.
언제나 나보다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고통을 나누려는 자질이 사람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그녀는 믿는다.
그녀는 어머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외할머니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고 예쁘지 않았던 어머니,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어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는 대부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 어머니가 그 이야기들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머니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가까운 친구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와 함께 흘러간다.
풍경은 차갑고 하얗게 빛나는 아이슬란드의 여름이 되었다가,
고무보트에 의지하여 거친 물살을 헤쳐나가야 하는 그랜드캐년 협곡이 된다.
미숙아로 태어난 친구의 아이는 긴 시간을 이겨내고 엄마 품에 안긴다.
유방암 투병하는 예술가 친구는 죽기 전, 병원 로비 벽면에 따뜻한 타일 부조 작품을 붙여 그 위에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들을 아픔을 희망을 쓰게 한다.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머니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갔다. 그녀는 말하지 못하므로 책을 읽었고 글을 썼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말하는 것이 되었다. 읽기와 쓰기의 고독이 지닌 깊이가 그녀를 반대편에서,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게 했다. 땅을 파고 들어가면 지구 반대편으로 나오게 되는 것처럼.
그녀는 이야기의 숲과 고독 너머의 건너편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로부터 초대장들을 받는다. 그리고 모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내맡겨 삶을 만들어 나간다.
솔닛의 문장들
- 나방이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신다. 이 문장은 과학 기사의 제목이다. 이 문장은 마치 한 줄 짜리 시, 혹은 가장 원초적인 본질로 축약된 하나의 역사처럼 읽힌다. 그 안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잠든 이와 마시는 이, 주는 이와 받는 이, 전자의 눈물이 후자의 양식이 된다. 이 안에는 차이가 있고, 마주침이 있다. 당신은 슬픔을 먹고 지낼 수도 있다. 당신의 눈물은 달콤하다. 이 문장은 당신을 싣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당신은 자신의 눈물과, 굴복하는 이와 성취하는 이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떠올린다. 나방은 깨어 있고, 자기 일을 하고, 눈물을 훔치고, 밤을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 우리는 슬픔을 먹고 살고, 이야기를 먹고 산다. 그 이야기가 열어 주는 널찍한 공간에서 우리는 한계를 넘어 상상력을 여행한다. 이야기가 우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우리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자아의 가능성을 넓혀 보라고 재촉한다.
-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울리는 것 중 하나이며 따라서 아름다움은 늘 눈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눈물을 만들어 내는 것들을 분류해 볼 수도 있다. 고통, 상실, 좌절, 기쁨, 반복, 의미, 깊이, 너그러움, 아름다움, 재회, 회복, 알아봄과 이해, 도착, 사랑, 도덕, 정확함. 이 중에 깊이가 속(屬)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아래 종(種)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