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논어)
'학'이란 배우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수업을 들으면서 지식을 얻는 걸 의미한다. '사'란 생각하는 것이다. 정보나 지식에 대하여 머릿속으로 곰곰이 묵상하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학'과 '사'가 모두 필요하다. 공부란 '학'과 '사'의 조합이다.
소는 여물 따위를 삼킨 후에 그것을 게워 내서 다시 씹고 삼킨다. 되새김질을 하는 것이다. 소는 한번 습득하게 된 걸로 만족할까? 아니다. 여물을 다시 뜯고 씹고 맛보면서 영양분을 더 많이 얻어내려고 하지.
소가 처음 먹이를 삼키는 건 '학'과 닮아있다. 소가 다시 먹이를 맛보며 되새김질하는 건 '사'와 닮아 있다. 우리는 공부할 때 소처럼 지식을 삼키며 '학'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미 배운 것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묵상함으로써 '사'해야 한다. 되새김질을 '반추'라고도 표현한다. 우리도 공부할 때는 소처럼 배운 것을 반추할 줄 알아야 하겠지?
독서를 할 때 어떻게 이 지침을 적용해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로부터 배운다. 그런데 막힘없이 책을 줄줄 읽어내면 좋은 게 아니다. 글을 읽다 잠시 멈추어 저자의 말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새롭게 도출하려 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를 하는 건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책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기 때문이다.
예술을 볼 때 어떻게 이 지침을 적용해야 할까? 작품을 관람하면서 작가의 생각의 결과물을 바라본다. 그런데 막힘없이 작품을 흘깃 본다고 좋은 게 아니다. 미술이나 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을 관람하면서 자신만의 비평을 새롭게 도출하려 해야 한다. 그냥 영화를 보기만 하면 재미를 느끼지만, 영화를 새롭게 비평하면 교훈을 얻는다. 예술을 보면서 비평하는 글을 써보는 것도 독서 못지않게 좋은 공부법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의 경험에서 '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가 이어져야 진정한 공부가 완성되는 법이다. "공부 = 학 + 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