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휴먼이 분주하게 나가더니
웬일로 샤방한 원피스를 하나 사들고 왔다.
나? 솔직히 기대 안 했어.
겨울 내내 내복 3벌로 돌려 입으면서도,
늘 "막둥아, 넌 아무거나 입어도 예뻐" 이러던 휴먼.
그 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핑계였던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원했거든.
샤방한 원피스.
산책 나가면 다른 휴먼들과 댕댕이들이
"어머, 막둥이 옷 너무 예쁘다~" 해줄 만한 그런 거.
드디어 그날이 왔다.
휴먼이 내 소원을 들어줬다.
상자 뜯을 때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라벨을 보니까 ‘XXL’이라고 쓰여 있더라.
그래, 나 이해해.
입기 전에는 진짜 괜찮아 보였어.
샤방샤방한 하얀색 레이스 원피스
근데 말이지... 입고 나니까 어라?
이거, 기분 탓인가...?
분명 원피스 산 거 맞지?
휴먼, 지금 현실 맞는 거지?
나는 괜찮아.
눈만 깔고 조용히 걸으면 되니까.
근데 휴먼, 괜찮겠어...?
사진을 그렇게 찍어대더니, SNS에 마구 올렸더라.
전화가 불이 나게 울리더라.
"막둥이 너무 귀여워요!!"
"어디서 산 옷이에요?"
"힐링이 됩니다..."
휴먼들끼리 단톡방에서 내 사진 돌리며 깔깔대고
"이거 우울할 때마다 보자!" 라며 저장하는 거 봤어.
이건… 명예훼손 각이다.
기분이 복잡 미묘했지만,
그래도 웃고 있는 휴먼 보니까 또 괜찮더라.
오늘은 복수(?)를 다짐하며
밤산책을 길게 나갔다.
옆동네까지 정복했지.
지나가는 휴먼들마다 내 미모에 빠져서
눈을 못 떼더라.
몇은 아예 따라오기도 했다.
“어머 저 강아지 너무 예쁘다…!”
“모델 아니야?”
“인형 같아…”
그래, 이게 내 원래 모습이다.
휴먼, 이제 알겠지?
옷이 중요한 게 아니야.
막둥이는 언제나 빛난다고.
하지만 다음엔 제발,
진짜 원피스로 부탁할게.
샤방샤방하게,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