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해방일지

by 막둥님

아침부터 휴먼이 통화를 하더니 아주 신이 났다.
"드디어 삼시 세끼에서 해방! 오늘은 나의 휴가야!"

와...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오래간만에 쉬는 날이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소파에 붙어 있을 거라더니?

현실은?
바쁘게 왔다 갔다. 이 방 저 방을 쑤시고 다니며 “어디 보자~ 어디다 뒀더라?”
그러다 혼잣말로 이러는 거다.
"드라이기가 고장 났네? 흠..."

그 순간, 내 댕댕이 촉이 발동했다.
싸하다. 아주 싸하다.



그런데... 간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부른다.
“막둥아, 간식~ 이리 내려와 봐~”

그래, 이쯤에서 설명을 하나 하자면,
우리 휴먼은 아직도 내가 간식 앞에 약할 거라 믿고 있다.
...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자존심 있는 댕댕이다.
소파만 안 벗어나면 괜찮다.
그냥 멀찍이 앉아서 고개만 까딱하면 된다.

근데...
간식이 너무 가까워. 바로 코앞이야.

"잠깐만 먹고 돌아올 거야..."
이 말을 내 마음속에서 되뇌며, 나는 간식 한 입을 덥석.

그리고 그 순간,
"그래! 산책 가자!"라는 마법 같은 말이 나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산책이면 얘기가 다르지. 산책은 못 참지.

... 그런데 말입니다.

휴먼은 내 앞에 리드줄 대신 수건을 들고 있었다.
“어딜 가, 욕실이지~”

뭐라고?!

나는 공중부양하듯 번쩍 안겨서 욕실로 직행.
그리곤 바로 물속으로 풍덩.

아... 또 당했다. 이 휴먼한테.

심지어 드라이기가 고장 나서
나는 오늘 하루, 부스스 젖은 핑크돼지로 살아야 했다.



그렇게 나를 샴푸로 문지르고, 물을 뿌리고, 수건으로 감싸 털고,
휴먼은 마치 다 해냈다는 듯 말한다.
"어휴, 씻기느라 내가 더 힘들어~"

그리고는
개껌 하나 주고 뻗어버렸다.



... 목욕 후 위로 개껌.
이게 다야?

그렇게 해서
휴먼의 '삼시 세끼 해방의 날'은, 내겐 ‘물고문의 날’이 되었다.

물론 나는 착한 댕댕이니까 이렇게 말해줄게.
휴먼, 고생했어.
핑크돼지 씻기느라.

하지만 다음엔 간식 앞에 속지 않을 거야.
... 아마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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