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는 대형사건

by 막둥님

나는 막둥이, 이 집의 반려견이자, 휴먼의 하루를 함께 사는 존재다. 우리 사이엔 말은 안 통하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말이지… 이번엔 정말 너무 당황스러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날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휴먼이 챙겨준 영양제와 유산균 덕에 나는 자타공인 건강 댕댕이로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사실 나, 웬만한 휴먼들보다 쾌변을 잘 본다. 매끄럽고 안정적인 변으로 휴먼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내가, 설사를 할 줄이야...

배가 이상했다. 조용하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휴먼 눈치를 줬지만, 눈치 빠르던 휴먼이 왜 그날따라 그리도 둔했는지. 산책을 나가자는 말도, 눈빛도 안 통했다. 결국 나는 온 집안을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뭔가,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해결할 곳이 필요했다. 화장실… 그래, 그나마 거기가 제일 나아 보였다.

결국 나는 그곳 바닥 위에 볼일을 봤다.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찜찜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내가 그렇게 쳐다봐도 휴먼은 아무것도 몰랐다. 냄새가 나는데도 그냥 멍하게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헉!”

휴먼이 소리를 질렀다.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보기엔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 말이지. 그러고는 나에게 “왜 그래, 막둥아”라고 묻는데… 난 정말 답답해서 땅을 팠다. 사정을 다 말할 수도 없고,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날 이후 간식이 끊겼다. 그리고 사료 대신 흰쌀죽에 닭가슴살이 올라온 특별식이 나왔다. 묘하게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휴먼의 따뜻한 손길이 늘 내 옆에 있다는 게 고마웠다. 다행히 다음 날엔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또 이상한 느낌. 이번엔 새벽이었고, 또다시 급한 신호가 왔다. 이번엔 주방 구석으로 갔다. 조용히 해결하려 했는데... 어휴, 그놈의 소리까지 ‘뿍’ 나와서 휴먼이 자다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또 내 뒤를 닦아주고, 나를 꼭 안아줬다.

우리 집 휴먼, 개코에 귀까지 밝다. 내가 뭐 하려 해도 다 안다. 그래서 숨길 수가 없다. 그렇게 이틀을 아프고 나서야 휴먼이 원인을 찾았다. 얼마 전 샀던 간식에 딸려온 서비스 간식.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나한텐 안 맞았던 간식… 그래, 평소랑 다르긴 했지.

다행히 병원은 가지 않았다. 나는 병원이 정말정말 무섭다. 냄새부터가 이상하고, 하얀 가운 입은 사람들만 보면 오금이 저려온다. 안 가도 낫게 해준 휴먼, 진짜 멋지다. 나보다 더 놀라고 더 미안해하고, 더 따뜻하게 품어준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이제 다 나았다. 여전히 쾌변! 다시 내 명성을 되찾았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휴먼이 주는 사랑 듬뿍 받으며 잘 살아갈 거다. 아프지 말자, 우리 둘 다.

오늘도, 막둥이의 하루는 그렇게 따뜻하게 지나갑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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