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을 넘어, 왕 중의 왕을 만나는 날

by 막둥님

긴 하루였다. 아니, 꽤 특별한 하루였다.

아침부터 분주히 서둘러야 했던 이유는 조조 영화 관람 때문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함께 전도를 하는 팀원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9명이 함께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팀원은 총 19명이지만 직장인도 있고, 일정이 안 맞는 분들도 있어 절반 정도가 모였다. 그런데도 9명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적잖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평일 오전, 영화관에서 9명이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관람도 식사 자리도 나에겐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는 본래 낯가림이 있는 성격이다. 아직 만남이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나에겐 긴장의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나 자신과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래, 오늘은 최선을 다해보자. 마음을 열고 즐겨보자.”


우리가 본 영화는 애니메이션 <The King of Kings>.

한국에서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이 북미에서 꽤 흥행했다는 소식을 전에 들은 적이 있다. K-애니메이션 최초로 미국 극장가에서 종교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았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다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거의 없었다. 감독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고, 내가 유일하게 알고 간 정보는 유명 연예인들이 더빙을 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야기보다는 “이 목소리는 누구지?” 하는 궁금증에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영화는 예상대로 예수님의 생애를 담고 있었다.

내용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 그런지 중간에 살짝 졸기도 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였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등장하고, 그의 막내아들 윌터는 아서 왕에 빠져 있는 아이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 아이에게 디킨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2,0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만나게 된다.


예수님의 탄생, 기적, 사랑, 십자가와 부활까지 —

윌터는 점차 진정한 왕이란 누구인지, 그 아버지가 말했던 ‘왕 중의 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하고 명확했다. 군더더기 없이 전개되며, 예수님의 생애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교육적인 메시지도 분명했고, 기독교 신앙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에게는 아주 좋은 종교 입문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이 영화가 한국에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수님의 이야기를 다룬 종교 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은 같은 신앙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콘텐츠의 힘, 그리고 메시지의 진정성이 국경을 넘어 전해진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영화를 본 후, 점심 식사 자리가 이어졌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식사를 나눴고, 이후 우리는 강화도로 이동했다. 전도팀이 함께한 강화도 방문은 스페인 마을에서의 티타임으로 마무리되었다. 지난밤 그렇게 쏟아붓던 비는 신기하게도 우리가 움직이니 소강상태를 보여 마치 하늘이 우리의 일정을 돕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조용한 하루일 줄 알았던 오늘은, 뜻밖에도 영화와 교제, 여행까지 이어지는 풍성한 하루가 되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던 일정이었지만,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해본 덕분에 오히려 감사로 가득 찬 하루가 되었다. 하나님께서 오늘 하루도 완벽하게 인도해 주셨음을 고백하며, 나의 긴 하루는 그렇게 빛나는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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