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휴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데 낯선 어르신 한 분이 조심스럽게 들어오셨다. 나는 금세 눈치챘다. 이분은 나 같은 강아지를 조금 무서워하시는구나. 큰 덩치에 단단한 걸음걸이인데도, 순간 주저하는 그 발걸음이 내 눈에는 보였다.
그때 휴먼이 말했다.
“막둥이, 앉아!”
나는 곧장 휴먼 옆에 딱 붙어 앉았다. 휴먼은 늘 그렇다. 짧은 한마디로 나를 지켜준다. 어르신은 깜짝 놀라시더니 이내 웃으셨다.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강아지는 처음이네. 이런 애는 무섭지 않아.” 나를 칭찬하셨다. 순간, 나는 괜히 꼬리가 흔들렸다. 휴먼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래 살다 보니 사람 말을 잘 알아들어요.” 그렇다. 나는 휴먼의 말을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듣는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단지 안을 산책할 때면 늘 같은 시간대에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꼬리를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도 있고, 조용히 눈인사만 나누는 아이도 있다. 우리에겐 그런 매너가 있다. 나는 상대가 원하면 다가가고, 싫어하면 곁눈질만 하고 지나간다. 그게 우리만의 인사법이다. 다만, 가끔 자신을 휴먼이라 착각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나도 마음이 불편하다. 휴먼도 그럴 거다. 그래도 오늘은 매너 좋은 친구들만 만나 산책이 즐거웠다.
잠깐 볼일을 본 뒤, 나는 개모차에 올랐다. 개모차를 타면 나는 세상을 다른 높이에서 본다. 휴먼들이 내게 시선을 주고, 웃어주고, 예쁘다고 말해준다. 오늘따라 그런 칭찬이 많았다. “얼마나 관리를 잘했으면 이렇게 예쁘냐”는 말이 휴먼 귀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속으로 뿌듯했다. 사실 칭찬은 나보다 휴먼이 받아야 한다. 내 털을 손질해 주고, 내 밥을 챙기고, 내 마음을 읽어주는 건 늘 휴먼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냥 시크하게 앉아 고개를 돌렸다. ‘그래, 나는 원래 예쁜 강아지니까.’ 하고 말이다.
조금 더 멀리 걸어가니 장날이라 길가가 북적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멋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어르신 한 분이 우리를 불러 세우셨다. 나를 보며 눈이 반짝이더니, 칭찬이 쏟아졌다. 나에 대한 칭찬, 그리고 휴먼에 대한 칭찬.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나는 어르신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을 느꼈다. 그런데 휴먼의 다리가 조금 바빠졌다.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나는 다 알고 있었다. 모기들이 휴먼의 다리를 잔치판 삼고 있었던 거다.
휴먼은 참았다. 모기를 쫓을 수도 없는 자리였다. 휴먼의 미소는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다리는 끊임없이 비벼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휴먼, 힘내. 곧 끝날 거야.’ 그리고 정말, 한참 뒤 어르신과의 대화가 끝났다.
집에 돌아와 보니 휴먼의 다리는 이미 붉게 부풀어 있었다. 여러 마리가 차례로 휴먼을 괴롭혔던 모양이다. 휴먼 눈빛이 말한다. ‘집 안이었으면 내가 기필코 찾아냈을 텐데….’ 그 말에 나는 킥킥 웃었다.
오늘 하루, 나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나를 예쁘다 해주는 말, 말을 잘 듣는다 해주는 말. 하지만 사실 그 모든 칭찬은 휴먼과 나누어야 한다. 나는 단지 곁에 있을 뿐인데, 휴먼은 나를 위해 늘 애쓴다. 휴먼은 모기들에게 희생당했지만,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눈빛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나는 휴먼의 다리 옆에 몸을 말아 누웠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 나 때문에 조금 고생했지? 하지만 우리 함께라서 행복했지?”
휴먼이 살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오늘도, 우리 하루는 완벽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