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기운 충전법

by 막둥님

오늘 아침, 휴먼이 일어나지 않았다.
늘 같았으면 이 시간쯤이면 스트레칭도 하고, 운동화도 신고, “막둥아~ 산책 가자~” 소리를 들었을 텐데… 오늘은 이상했다. 눈은 떠졌지만 몸이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막둥아… 나 피곤한데, 뽀뽀해 주라~ 기운 팍팍 나게.”


내가 에너지 드링크냐.
근데... 그래도 해줬다. 하품을 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조심스레 뽀뽀를 해줬다. 난 이 집의 작은 힐러니까.

운동을 안 간 휴먼은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무언가를 뒤적뒤적.
그러다 뭔가를 찾은 모양이다. 냉동실 깊숙한 곳에서 나왔다는 야채 말랭이들이 오늘의 점심 재료란다. 버섯, 가지, 연근… 듣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이름들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솥밥 해야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살짝 걱정됐다.
돌솥은 무겁고, 씻기도 힘들고, 소리도 꽤 크다.
하지만 휴먼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무언가 오래된 자신을 다시 꺼내드는 기분이랄까.
돌솥은 묵직했지만, 그 안에서 익어가는 냄새는 따뜻했다.


밥이 완성되고, 고등어를 굽고, 총각김치가 나왔다.
난 살짝 멀찍이 있었다. 고등어 냄새는... 좀 세다.
휴먼은 “아휴~ 냄새…” 하더니 양초를 꺼냈다.
향초 하나 켜두는 것만으로도 그리운 기분이 나는 걸까.
낮은 음악이 흐르듯, 조용한 하루가 이어졌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갑자기 이불 빨래를 하러 나갔다.
이불 두 채를 커다란 가방에 넣고, 나는 개모차에 탑승!
빨래방은 생각보다 시원하고 조용했다.
휴먼은 책을 읽고, 나는 기다렸다.
가끔 눈을 맞추며,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빨래가 끝나고, 개운한 이불 냄새가 났다.
커다란 봉투에 이불을 넣고, 휴먼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말이 운동이지, 그냥 우리 둘이 함께 걷는 시간이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살짝 불었다.
나는 생각했다.
오늘 휴먼이 쉼을 선택한 건 잘한 일이라고.

쉬는 법도 연습이 필요한 거니까.
가끔은 천천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어야 하니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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