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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May 27. 2020

아니, 얼마나 부자면 정원이 이렇게 넓은 거야?

#10. Bayard Cutting Arboretum State Park

"와- 어마어마하다, 이 집. 도대체 얼마나 부자면 이런 집에 사는 거야?"란 소리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선 높이 치솟은 아파트를 주로 보고 살았고, 전원주택이어도 마당에 수영장이 있고, 테니스코트가 있는 그런 집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내가 그런 환경에서만 자란 거 일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롱아일랜드에서는 유난히 으리으리한 집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맨해튼에서 몬탁 가는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동네들. 2층으로 된 한 벽면에 큼직큼직한 유리창이 16개쯤은 나있는, 창문 안으로 흰색 여리여리한 천의 커튼이 예쁘게 묶여있는, 디즈니 공주 만화에서나 볼 법한 예쁜 집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다.


집 뒷마당에 요트를 대놓고 그 옆으로 모래를 부어 프라이빗한 해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부자인 걸까? 입이 떡하니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으리으리한 집 구경하는 건 너무 재밌어하던 어느 날, 그가 오늘은 Mr. William Bayard Cutting네 집에 놀러 갈 거라고 했다. '아, 아는 분인가? 나 지금 갑자기 홈파티 가는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롱아일랜드 Great River라는 작은 동네에 위치한 그곳은 이제는 State park가 되어버린 수목원인데, 원래는 Mr. William Bayard Cutting이라는 사람의 집이었다고 한다. 딸과 아내를 위해 갖가지 나무와 꽃들을 심고 정원을 가꾸었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원을 한 바퀴 돌려면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어마 무시했기 때문이다.


수목원 지도 (출처 : bayardcuttingarboretum.com)


위 지도의 흰색, 노란색 선이 포장/비포장 산책로를 뜻하는 것인데 차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없기에 늘 "오늘은 여기까지 걷고 다음에 오면 저 뒤편으로 가보자."라며 중도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같이 손 잡고 자박자박 걷다 보면 숲도 나오고 물가도 나오고 앉았다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어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비 오는 날에는 공기가 응축되어 착- 가라앉았는지 유난히 더 숲 냄새가 많이 나서 좋았고, 햇살이 쨍한 날은 잔디가 반짝반짝 빛나고 꽃들이 너 나할 것 없이 활짝 펴있어서 좋았다.


잔디가 반짝거리던 햇살 쨍한 날


그리고 우리가 갈 때마다 늘 들리는 참새 방앗간 같은 카페도 수목원 안의 한 건물에 있었는데, 원래 Mr. William Bayard Cutting가 살던 집을 카페와 전시장으로 바꾼 것이라 했다. 1시간쯤 산책하고 카페로 돌아와 레모네이드에 생크림 올린 애플파이 한 조각을 딱 떠먹으면, 지상낙원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레모네이드에 생크림 올린 애플파이. 그는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살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해둔 전시장 (Manor house 다이닝룸)


살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해둔 전시장 (Manor house 간단한 티나 브런치 먹는 곳)


그의 집에서 차로 몇 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있어서, 날씨 좋은 날엔 늘 들렸던 것 같다. 으리으리한 집을 보며 "우리도 돈 많이 벌어서 저런 집에 꼭 같이 살자. 뒷마당에 수영장도 만들고 테라스에 예쁜 티테이블도 놓고."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벌써 그런 집을 가진 사람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던 날 저녁, 그의 어머니께서 이 수목원을 말하며 여기서 야외 웨딩 하는 거 어떻겠냐 하셨었는데, 상상만으로도 너무 완벽했다. 정말 여기서 하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이 수목원은 이미 추억이 아주 많이 깃든 곳인 건 확실했다.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미래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고, 우리가 함께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 요즘 하고 있는 고민 등 주제가 늘 다양했기에 그럴 때마다 그를 더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 


얼른 다시 저 산책로를 손잡고 걸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코로나 물렀거라!




* 정식 명칭은 Bayard Cutting Arboretum(베이어드 커팅 아버리텀)이고 우리가 갔던 카페는 수목원 안 Manor house에 위치해 있는 The Hidden Oak Cafe였다.  

* Bayard Cutting Arboretum

   - 위치 : 440 Montauk Highway, Great River, NY 11739

   - 오픈 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am-4:00pm

   - 요금 : 차량당 $8 (4월-11월)

* The Hidden Oak Cafe

   - 위치 : Manor House

   - 오픈 시간 : 화요일-일요일, 11:00am-3:30pm(Winter Hours), 11:00am-4:00pm(Summer Hours)

   - 메뉴 : 샌드위치, 수프, 파이, 디저트류, 음료류

                Victorian Tea(핑거 샌드위치, 스콘 포함. 티 종류 선택 가능. 24시간 전 예약 필수)

*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https://bayardcuttingarboret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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