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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l 17. 2020

국제결혼은 어려워.

#01. 정착국가, 비자 종류, 결혼시기/장소 정하기

그에게 프러포즈받은 지난 2020년 1월 19일. 

결혼식 날짜를 다 잡아두고 형식상 하는 그런 프러포즈가 아니었다. 미리 귀띔이라도 줬으면 쌩얼에 수영복을 입은 채로 얼떨결에 받진 않았을 텐데.. 사진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다.


그로부터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로 받은 프러포즈였기에 우리가 결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정해야 했었다. 한-미 국제커플인 우리가 하나하나 따져봤던 항목들을 소개하려 한다.




1. 어느 나라에 정착할지?

이 부분에 있어서는 큰 의견차가 없었다. 그는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데, 난 영어를 할 줄 알기 때문이었다. 결국엔 밥 벌어먹고살아야 하는데 언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영어학원강사 정도로 너무 국한되었고 내가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겐 리스크가 그나마 적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한국에 남을 나의 가족 문제는 아직까지 걱정스럽고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결혼을 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면 한국을 일 년에 몇 번이나 드나들 수 있을까? 아니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올 순 있는 걸까? 고민이 많이 됐다. 언니와 남동생이 있어서 그나마 건너가 살 순 있을 것 같은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늘 가족을 그리워해야 하는 감정은 내가 한 선택에 따르는 대가 같았다.


그와도 이런 문제로 고민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에 들어가자.'라고 말은 하지만... 임신을 하거나 육아 문제가 겹치게 된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2. 어떤 비자 종류로 진행할지?

미국에서 터를 잡기로 결정한 후, 어떤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예전 오바마 정부일 때와는 정세가 완전 뒤 바뀌어 이민이 참 힘들어졌구나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심지어 여행 가는 사람들이 보통 신청하는 ESTA(미국 전자여행 허가제)로 입국해 결혼하고 사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는 트럼프 정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편법을 써 ESTA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 K-1(약혼자 비자), CR-1(배우자 비자) 두 가지의 옵션이 남게 되었다.


* K-1(약혼자 비자)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신청하는 비자. 미국 입국 후 90일 내로 결혼을 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바로 미국을 떠나야 한다. 

 CR-1(배우자 비자) 보다 비자를 받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짧으나(약 6개월~8개월가량 소요) 미국에 들어간 후 AOS(Adjustment of status. 신분 변경)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절차를 한번 더 밟아야 하고 그 때문에 비용이 2배가 든다. 

 미국 입국 후 영주권 신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도 할 수 없고 미국 땅을 떠날 수도 없다.

 미국 내 신분변경을 하는 것이 1년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그전에 일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허가서를 따로 신청해야 하고, 그 허가를 받는 데에도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진행 비용 I-129F(청원서) $535, 인터뷰 수수료 $265, 신체검사 40만 원대, 예방접종비(개인에 따라 다름) = 한화 136만 원+예방접종비

 K-1 비자로 입국 후 영주권 진행 비용 $1,225(한화 147만 원)

 K-1부터 영주권까지 총 드는 비용은 한화 약 283만 원. 넉넉잡아 300만 원.......... 

     ※ 달러 환율 1200원 계산


* CR-1(배우자 비자)

 법적인 혼인신고 후 신청하는 비자. 미국 입국과 동시에 영주권자가 되며, 혼인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았을 경우 CR-1(2년 조건부 영주권), 2년을 넘었을 경우 IR-1(10년짜리 영주권)으로 진행한다.

 K-1(약혼자 비자) 보다 비자를 받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지만(약 1년~1년 반 소요), 미국 입국 시부터 바로 영주권자 신분이 되기 때문에 일, 여행 모두 자유롭게 가능하다.

 진실한 혼인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은행 공동명의 계좌, 보험 명의, 함께 살고 있는 집 계약서 등을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여 롱디 중인 우리에게는 제출 불가능한 서류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 비용 USCIS Filing Fee $535, NVC Fee $445, USCIS Immigrant Fee $220, 신체검사 40만 원대, 예방접종비(개인에 따라 다름) = 한화 184만 원+예방접종비

 혼인신고를 위해 그가 한국으로 와야 하는데 시설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2주 시설 격리 비(210만 원)+비행기(왕복 $1,500)+1주일 숙소/경비(200만 원)=590만 원

한국에서 혼인신고부터 CR-1 진행까지 총 드는 비용은 한화 약 774만 원. 넉넉잡아 800만 원............... 

     ※ 달러 환율 1200원 계산


이렇게 비교를 쭉 해보고 우린 리스크가 적고 비교적 저렴한 K-1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K-1 진행, 입국 후 AOS, 영주권/시민권 등 앞으로 신분 관련 골치 아플 일이 많을 것 같아 우린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했고 그 비용이 $6000(한화 약 720만 원. K-1, AOS로 영주권 취득까지 진행. 비자진행 비용 불포함) 추가되어 결국 1,000만 원 정도..... 들게 되었다^^ 



3. 언제 어떻게 결혼할지?

K-1(약혼자 비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미국 입국 후 바로 미국에서 혼인신고부터 하기로 했다. 한국 혼인신고는 그 후 대사관을 통해 진행하면 된다고 들었고, 결혼식은 아직 여러 옵션 중에서 고민 중이다. 


이것도 비용이나 장단점을 따져보면서 정해야 할 것 같은데, 양가 부모님이 얽혀 있다 보니 우리끼리 결정할 순 없을 것 같아 아직 손 놓고 있는 중...


* 미국에서 한 번, 한국에서 한 번

입국 후 적응기간이 좀 지난 후 미국 결혼식을 먼저 올리고, 신분문제가 해결되면(영주권 or 여행허가서) 한국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한번 더 결혼식을 올리는 옵션이다. 

미국/한국에서 진행할 때마다 양가 부모님+형제자매의 비행기 값과 숙소비는 우리가 부담해야 할 것 같다. 

한국 결혼식은 축의금으로 충당될 것 같지만, 미국 결혼식은 축의금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돈이 꽤 들 것 같다.

양가 공평하게 결혼식을 한 번씩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시간적인 문제가 없다면 좋아 보이는 옵션이다.


* 가족여행 느낌의 결혼식 한 번

신분문제가 해결된 후(영주권 or 여행허가서) 미국과 한국 중간쯤의 나라 한 곳을 정해 그곳에 양가 부모님+형제자매를 초대하여 여행 겸 결혼식을 올리는 옵션이다.

비행기 값과 숙소비를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데, 하객이 없기 때문에 회수되는 돈이 없다.

부모님, 형제자매를 제외한 가족, 친한 친구, 직장 동료를 하객으로 부를 수 없어 평소 생각해왔던 결혼식의 느낌과는 많이 다를 수 있고 양가 부모님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여행을 한다면 1주일 정도가 될 텐데, 그 기간 동안 아마 양가 부모님 사이에서 통역만 해야 할 것 같다.


* 미국에서만 한 번

신분문제 해결과 상관없이 언제든 날을 정해 결혼식을 올리면 되는데 아마 내가 일을 구한 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형제자매의 비행기 값과 숙소비를 부담해야 하고 축의금 개념이 없기 때문에 돈이 꽤 들 것 같다.

부모님, 형제자매를 제외한 가족, 친한 친구를 초대할 수 없어 조금 아쉬울 수 있고, 한국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신분문제가 해결된 후 한국에서 피로연 개념의 파티를 열 수는 있을 것 같으나 우리 가족 분위기나 내 친구들의 특성상 조금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축의금을 받는 것도 불가능.


* 한국에서만 한 번

미국에서의 결혼식은 city hall에서 하는 혼인신고로 대체하고, 내 신분문제가 해결되면(영주권 or 여행허가서) 한국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옵션이다.

미국 혼인신고 날에 그의 친척들, 친한 친구들을 불러 피로연 개념의 파티를 열면 될 것 같다.

한국 결혼식을 할 때 그의 부모님, 형제자매를 초대하고 비행기 값과 숙소비는 우리가 부담한다. 한국 결혼식 비용 자체는 축의금으로 회수될 수 있어 부담이 크게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의 결혼식이 조촐해지다 보니 그가 그의 부모님이 아쉬워할 수 있고, 우리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나도 아쉬울 수 있다.


그냥 드는 생각을 마구잡이로 쓴 건데... 더 많이 따져봐야 할 것 같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실, 우리 둘만 진실된 사이라면 결혼식은 후다닥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국제결혼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들어가는 비용/시간이 너무 많은 데다 지금은 심지어 코로나라는 변수까지 생겨 더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문제로 남자 친구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을 매 순간 봐왔기에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마음에 확신이 더 차는 중이다. 


오늘 그가 K-1 비자 신청 첫 단계인 I-129F 서류를 준비하여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준비한 서류들, 신청 방법, 비용 등에 대해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볼 생각이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그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제발~)         




※ 비자 관련된 정보(비용, 절차, 기간 등)는 지금 시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찾아본 정보에 의한 것이므로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미국 이민국, 주한 미국 대사관 사이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 미국 이민국(https://www.uscis.gov/)

- 주한 미국 대사관(https://kr.usembassy.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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