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내 딸들이 영어는 잘했으면 좋겠어
작년 7월, 브리즈번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석 달 남짓 머무는 동안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났다.
오래도록 꾸준히 만나오던 초등학교 동창들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됐는데,
나에게 왜 굳이 해외에서
그런 고생을 하며 사느냐고 물어왔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친구였다.
‘글쎄… 왜지?’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납득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친구는 공부뿐만 아니라 뭐든지 잘했고,
반짝반짝 빛이 나던 사람이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고,
아들 둘을 키우는 지금도 여전히 그래 보였다.
그래,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잘해봤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내 인생에서 영어는 늘 걸림돌이었다.
잘하고 싶었지만
내 노력은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내 컴플렉스의 시작이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마흔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영어를 갈망한다.
왜 아이들과 조기 유학을 가기로 마음먹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이 많아서?
절대 아니다.
사실 남들이 보면 한심할지도 모를 만큼,
나는 전 재산을 다 걸고 온 것이다.
돈이 다 떨어지면
포기하고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출발점은 이랬다.
대한민국에 사는 자녀를 둔
대부분의 엄마들처럼,
나는 아주 조금은 교육열이 민감한 동네에 살았다.
나는 동네 다른 엄마들보다
조금 늦은 일곱 살에
큰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냈다.
주 5일 영어 학원은
영어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만 다닐 수 있어서
주 2회, 한 번에 한 시간 반씩 수업을 받았다.
놀이식부터 주입식까지
2~3군데 영어 학원을
대략 2년 정도 보냈다.
마지막으로 보낸 학원에서는
단어 시험도 본다고 했다.
어느 날 아이를 앉혀 놓고
영어 학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테스트를 해봤는데,
알파벳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워낙 뭐든지 느린 아이였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데다
학원에서 태도 지적도
여러 번 받을 만큼 고집도 있는 아이였다.
단어는 뜻도 모르면서
그저 외우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아까운 내 돈을
2년 동안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 것 같았다.
정보도 많지 않았고,
그렇게 열성적이지도 못했던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교육을 시키면서
아이의 아웃풋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계산을 해봤다.
여기서 영어 학원을 고등학교까지 보내는 돈,
단 3년이라도
해외에 데리고 나가
영어를 습득하게 하는 데 필요한 돈.
그 돈과 비례한 경험치와 능력들을
나름대로 비교하고 계산해보았다.
나는 나만큼
내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이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나가야 한다고.
성격을 바꿔주고 싶었고,
환경을 바꿔주고 싶었다.
호주에 도착해 첫 1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호주에서 알게 된 엄마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은 그냥 놔두면
영어는 다 한다고 말했다.
나는 내 학업도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다.
작은아이는 생일이 3일 차이로
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6개월은 놀다가,
남은 6개월은
주 2~3일 유치원에 다녔다.
호주는 유치원 비용이 매우 비싸다.
특히 유학생에게는
지원금도 없어서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큰아이는
내가 학생 비자였기에
집 근처 학군지 학교로 입학했다.
그 학교는 유학생을 받지 않았고,
한국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나와 같은 유학생 자녀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나는 항상 느끼는데,
남들이 말하는
‘예상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부 다 겪어보는 것 같다.
조기 유학을 보낸 엄마들이
우리 아이는 한 달 만에 영어를 술술 했어요,
3개월 만에 원어민처럼 해요,
이런 말들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은 아마도
천재이거나,
세 살부터 놀이 학교, 영어 유치원 등
소위 말하는
국제학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아이들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우리 아이들은
지극히도 평범했고,
부모도 너무나 평범해서인지
1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해외살이 2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나는 내 아이들이
영어를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하니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하지만 아이들은 늘
신나게 학교에 가고
신나게 집에 돌아온다.
호주에서 다니던 학교 선생님들의 피드백도
항상 성실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며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나는 언젠가는
아이들이 영어를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냥 그런 상상만으로도
나는 다시 힘이 난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영어로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날을
그저 조용히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