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내 삶의 두 번째 챕터

영어는 언제쯤 날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by hyun

1월 5일

3주간의 학교 크리스마스 홀리데이가 끝났다.
아이들은 2월 초에 새 학기가 시작하지만,
나는 아직 3주의 수업이 더 남아 있다.

매일 저녁 노트북을 켜고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일이 꽤나 흥미로웠는데,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점심거리를 준비해 두고
내 도시락까지 싸서 학교에 가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몸이 급격히 피로해지니
저녁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
글을 써 내려가는 일도
어느새 노동처럼 느껴진다.

예전 같았으면
강박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나와의 약속이니까 지켜야지’ 하며
억지로 앉아 썼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나를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이걸 또 하나의 일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3주간의 홀리데이가
없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홀리데이 동안은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영어를 거의 쓰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다시 또 어색해졌다.
그래도 9주 동안 매일 보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나는 마스터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영어 점수 6.5를 충족하지 못했다.
인생 첫 영어 시험을
나름 빡세게 준비했는데,
역시 나는 시험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간신히, 가까스로
12주 패스웨이 프로그램 어학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를 맞춰
턱걸이로 코스에 조인했다.
하늘이 도왔다.
한 과목이라도 점수가 낮았다면
12주가 24주로 늘어났을 것이다.

시기가 애매해 텀 4에 조인하는 바람에
12주 사이에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3주가 끼었고,
이번 주부터 다시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다.

스케줄은 아주 빡빡하다.
당장 내일은 마지막 스피킹 테스트가 있고,
다음 주 화, 수에는
그룹 프레젠테이션 시험이 있다.
그다음 주에는
월, 화에 리스닝, 리딩, 라이팅 테스트가
연달아 잡혀 있다.

그런데도 오늘은
글을 좀 써야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아
노트북을 켰다.

이렇게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많은 걸 생각한다.

내일, 그것도 하필
첫 타임인 9시 스피킹 시험에서
무조건 B+를 받아야 하는데.
내일 아이들 점심은 뭘 해줘야 하지.
파워포인트도 수정해야 하는데,
그건 또 언제 하지.

뉴질랜드로 오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을 했고,
사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호주에서 너무 힘들어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는지,
그냥 좀 쉬고 싶었다.
일단 공부하는 게 싫었다.

요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를 좀 잘하고 싶다가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보며 멍하니 있고 싶다.

너무 싫지만,
그래도 나는 이 글을 끝내고
내일 있을 시험 공부를 해야겠지.

마흔에 대학생은
정말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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