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웃는것보다 더한 용기가

by hyun
오클랜드 원트리힐

고작 나이 마흔을 넘어가는 중인데도

용기내야 할 일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아이들과 나만 남았다.

집에는 얼마전부터 함께 사는 플랫 메이트가 생겼다.

8살어린 한국인 직장인인데

비싸고 맛없는 한식반찬을 배달하거나

비싼 배달료를 내고 음식을 시켜먹는게

왠지 막내동생 생각이 나는게

마음이 좋지 않아

반찬값 정도 받고 저녁밥을 같이 먹는게 어떠냐

물었고 도시락도 가볍게 싸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숙생 아닌 하숙생이 생겼다.

내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고마워 하고

요즘 점심먹는 일이 즐겁다는 소리에

뭐 좀 된 듯도 하다.


오클랜드 원트리 힐

열심히 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나의 그 시절이 그려지는 거 같아 마음이 쓰인다.

나에게도 사촌일지라도 언니나 오빠가 있었더라면

나에게 내 삶을 스스로 개척 해 나갈 수 있게

거창한 이정표까진 아니더라도

가벼운 농담섞인 같잖은 조언이라도 건내주는 이가

있었더라면 내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이런생각이 들때면 문득 나도 꼰대가 되버린걸까

나이는 못속이는건가 싶기도 하다.

여전히 삶의 큰 변화는 없다.

남편이 출국한 날 아침

그저 조금 허전했고

다음날 부터는 좀 후련하기도 했다.

일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소설을 읽고, 쓰고, 밥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집 정리를 하고

아이들한테 잔소리하고

혼자 산책을 하기도 하고

주로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다.

재밌는 책을 읽는날에는 여전히 새벽 3,4시에 잠이 들고

그리고 어제 읽은 책이 슬퍼서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여태처럼 억울하거나 속상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냥 책에 내용이 슬펐다.

사실 책이 좀 길어서 망설이다 읽기 시작한건데 내용이 잔잔한대도 너무 있을 법한 일이었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과 회한이 많이 담겨있는 내용이라

나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딱히 어느 부분에서 울고 싶었는 지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울보였던 나에게

세월은 눈물을 참게 했고

혼자 숨죽여 우는 날이 많았던 나에게

이제 엉엉 소리내어 우는 일조차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반백년을 살지도 못한 주제에

뭐가 이리도 용기내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지

문득 서글퍼졌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또 오랜만에 소설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며

그냥 조금 울었다.

조금. 울다가 보니

12시쯤 화장실 배수구를 수리하기 위해

플러머가 방문할 예정인걸 깨닫고

눈을 슥슥 닦고

인공눈물을 넣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조금 우스웠다.

그렇지,

나는 걸어가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무릎에 피가 나서

엉엉 목놓아 울기만 하는 그런 나이는 지나버린거다

흘리는 피를 휴지로 닦고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야 하는 걸

그런일들을 해야만 하는 걸

다 아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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