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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12. 2021

즐기는 자는 행복도 결과도 얻는다

과정을 결과로 만들면 실패도 없지 않을까?

 만약 당신이 십중팔구 실패할지도 모른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는 만약 당신이 무조건 성공한다고 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런데 '빅 매직'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반대로 생각하라고 한다. 그 일 자체가 너무 좋아서 실패와 성공이라는 단어들이 무관해질 정도로 즐거운 활동이 있는지 묻는다.     


 실패라는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꼭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냥 그 일 자체가 좋아서 하면 되는데 꼭 그 일로 인해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러할 때만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로 기쁨이나 즐거움, 행복을 느낀다면 그 일은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다.     


 나에게 방송댄스는 그런 일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물론 방송댄스는 운동도 된다는 좋은 결과도 있어 더 오랫동안 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을 위한 방송댄스였다면 아마 세 달도 안 돼서 그만뒀을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에 할 수 있었고, 5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2년 전 뜨개질이 하고 싶었다. 나는 뜨개질 솜의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을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뜨개질 자체도 재미있다. 목도리를 뜨고 싶었는데 사실 줄 사람이 없었다. 나도 목도리를 평소에 잘 안 하기도 하고, 아빠도 피부가 민감하셔서 만들어 드려도 안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뜨고 싶어서 그냥 만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뜨개질이라 서툴렀다. 그래서 몇 번을 풀었다 다시 뜨기를 반복했다. 짜증 날 법도 한데 그냥 재밌었다.  

    

완성하고 나서 SNS에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한 친구가 댓글을 남겼다. 

“사서 하자.” 

친구 말대로 사서 하는 것이 훨씬 더 예쁘고, 촉감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나는 목도리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뜨개질 자체가 하고 싶었다. 아빠는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목도리를 한다면서 가져갔다. 하지만 한 번도 하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만약에 내가 아빠가 하고 다니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만들었다면 꽤 실망하고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뜨개질할 때 이미 행복을 누렸기에 상관이 없었다.    

  

 예전에는 무엇인가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의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글들을 보면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용기가 행동까지 이어지게 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을 걱정하면서 시도하지 못했다. 어떤 일이 좋으면 그냥 하면 된다. 그러다 변수가 생겨서 도저히 못하겠으면 포기해도 된다. 우리는 사실 결과의 승패보다는 포기를 하기 싫어서 시작을 안 하는지 모른다. 포기하는 것이 실패하는 것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엄청난 용기다.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해요.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어요.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해보면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행여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어때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으니 즐거웠잖아요. 

못했더라도 내 안에 차오르는 기쁨과 성과에 대한 흔적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맞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부사장이 '성장 문답'에서 적성을 모르겠다는 학생의 고민에 답변한 내용 중 일부이다. 사소한 일이든, 거창한 도전이든 해보고 싶으면 하자. 시작하자마자 즐겁지 않고 포기하고 싶어 지면 포기하면 된다. 즐겁다면 그냥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우면 우리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지속하면 결과는 대부분 좋은 편이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에서 행복했으니 미련이 없다. 그리고 과정을 기록하다 보면 과정이 또 하나의 결과물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SNS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과정을 기록하고 그 과정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즐길 수 있는 일들을 더 많이 찾아서 인생의 우선순위에 두려고 한다. 사회적 역할로써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해야 할 일들에 둘러 싸여,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을 가장 먼저 하자.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다. 정말로 해야 할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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