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던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채로 이별했다. 시작도 교통사고 같았지만 이별은 대형 사고였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엔 억울해서 왜냐고 울부짖었고, 시간이 지난 뒤에는 무엇을 배우기 위해 일어난 일인지 생각했다. 내 결론은 자기 사랑이었다. 난 자존감도 높고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자기 사랑 관련 책들은 읽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사랑이 고갈된 것인지 자기 사랑을 배워야 할 때라고 느꼈다.
자기 사랑이란 뭘까? 그전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좋아하면 그게 자기 사랑이지. 난 나를 사랑해. 그런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떠올렸다. 그래 나는 사람들에게 배려를 잘해. 나는 긍정적이야. 나는 책임감이 강해. 나는 잘 웃어. 등의 내가 느끼는 내 장점을 떠올렸다. 하지만 단점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었다. 내 마음에 드는 부분만 사랑해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장점만 생각해도 나를 사랑할 수 있지만 반쪽자리 사랑이었다. 내가 실수했던 일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던 일들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자책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정말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나의 모습도 나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 또한 나의 일부분임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줬어야 했다.
그러면서 내가 외면했던 나의 부족했던 모습들을 돌아봤고 그 안에서 상처를 줬던 사람들과 상처를 받았던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때의 나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로 했다. 그 뒤로 거울을 볼 때 웃으면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을 때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재미가 들린 나는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답은 덕질이었다.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모든 것이 궁금하다. 사소한 취향에서부터 가치관까지 모든 것을 알고 싶다. 그리고 좋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 한다. 예쁘고 좋은 말들로 힘을 줄 수 있는 편지를 쓰게 되고, 어울리거나 필요할 것 같은 선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지 그게 단점이라고 해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부스스하게 자다 일어난 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귀엽다고 난리고,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한 모습을 보면 왕자님처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믿어주고 응원하게 된다.
나는 나를 덕질하기로 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좀 더 나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 졌다. 그리고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일기는 많이 썼지만 편지를 쓰는 건 좀 색달랐다. 내가 나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는데 울컥했다. 일기보다 나를 더 직접적으로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는 돈 생각보다는 좋은 것을 해주려고 하면서 내 것을 살 때는 돈을 많이 고려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 옷을 백화점에서 산 적이 거의 없었다. 백화점은 선물을 할 때만 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돈 생각하지 않고 사고 싶었던 옷을 백화점에 가서 샀다. 인터넷 최저가 말고 정가에 샀다. 일상생활에서 화장품을 바를 때도 피부관리실에서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발라주듯이 내가 나를 관리해줬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정말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의 꾸미지 않은 모습도 사랑해주고 예쁘다고 말해줬다.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내 발에게도 예쁘다고 말해주고 고맙다고 말했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내가 나를 믿어주기로 한 것이다. 언제나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실수가 되고 실패가 되더라도 응원하고 믿어주기로 마음먹으니 연예인들이 팬들 덕에 든든한 것처럼 든든해졌다. 덕질은 사람에게 활력을 주는데 그게 바로 나를 덕질하는 것이라면 행복은 두 배가 될 것이다. 가끔씩 덕질에 소원해질 때도 있겠지만 조금만 쉬었다 다시 돌아오면서 그렇게 평생 나를 덕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