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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Sep 14. 2020

가끔은 주목받는 삶이고 싶다


 나는 관종이다. 최근에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종자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관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나는 SNS에 너무 많은 피드를 올리는 사람들 또는 카톡 프사를 수시로 바꾸는 사람들이 관종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나는 아니야라고 단정 지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내 행동에 제약을 두고 있었다.      


 얼마 전에 SNS에 사진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올리고 싶으면 아무 생각 없이 올리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반응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좋아요가 적을까 봐, 댓글이 없고 무반응 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까 봐 움직이지 못하는 소심한 관종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카톡 프로필 사진도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바꾼다. 자주 바꾸면 사람이 너무 감정적으로 보인다고 혼자 판단하고 가끔씩 바꿨다. 그리고 프사 사진을 아예 내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아주 기분이 나쁜 상태임을 티를 내는 것이고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 혼자 생각했다. 나 혼자만의 이상한 룰을 정해놓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계산하면서 행동한 것이다. 수시로 사진을 올리고 프로필을 자주 바꾸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SNS 초창기에 사진을 올려 반응이 좋았던 기억과 반응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둘 다 있다. 반응이 좋으면 너무 행복한데 반응이 별로 없으면 의기소침해졌다. 그것에 연연하는 게 싫으니 나는 그냥 활동은 가끔씩만 하고 눈팅만 해야겠다고 정했다. 사실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렇지 못할까 봐 외면한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가 그랬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마주하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힐링이었고,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공개적인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싸이월드 시절에도 비공개로 일기는 정말 많이 썼는데 공개글은 정말 가끔씩 썼고, 그마저도 아주 짧은 글이었다. 뭔 소린지 모를 정도로 의미를 함축한 소심한 끄적임이었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는 한데 자세하게 쓸 용기는 나지 않았다. 모두에게 내 마음을 들켜버리는 것이 겁도 났고, 내 글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고민을 들어주는 어떤 프로그램에서 한 친구가 가수가 꿈이라고 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좋은데 가수가 될 수 있을지와 실력이 부족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때 사회자가 노래가 좋으면 혼자 부르면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어떤 대화가 오가면서 그 질문이 나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질문이 인상 깊었다. 일기 쓰는 것이 좋았다. 살면서 가장 오래 꾸준하게 한 것이 일기 쓰기다. 혼자서만 써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데 왜 세상 밖으로 글을 드러내고 싶었을까? 그냥 계속 혼자만 쓰면 되는데. 결국 나는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소통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고 싶고, 또 그것이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체력장을 할 때였다. 앉아서 다리를 뻗고 몸을 숙여 손 끝이 어디까지 뻗는지 체크하는 시간이었다. 친구들은 다들 구경하고 있었고, 평소 몸이 뻣뻣했던 나는 발 끝 근처도 가지 못했다. 친구들은 엄청 뻣뻣하다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 것이다. 좋은 일로 관심을 받는 게 아닌데도 친구들이 내게 집중한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그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인공인 삼순이가 그런 말을 했다.

 

“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거든요.”


우리는 누구나 이런 마음이 있지 않을까? 나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주목받아 행복했던 나를 보면서 느꼈다. 나도 삼순이처럼 가끔은 주목받는 삶을 살고 싶구나. 주목받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까 봐 세상에 나를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목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 사람들의 무관심이 당연한 것이고, 그에 어떤 반응으로 주목을 받게 되면 그것은 보너스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들을 의식하느라 내 행동에 제약을 두지 않을 수 있다.      


 소심하고 사람들 눈치를 여전히 보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나는 점점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표현하면서 살자.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그냥 그것을 만끽하고 좋아하면 된다.(사실 좋아요와 댓글로 진짜 기분이 많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무반응일 때, 반응이 좋지 않을 때는 그냥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그러면 내 행동에 제약도 받지 않고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면서 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주목받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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